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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Nov 09. 2015

뜨끈하고 야성적인 [순대국밥]

- 한끼의 고마움



국민 학교시절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면 가끔 엄마가 쥐어주는 빈 냄비를 손에 들고 순대국밥 집을 향할 때가 종종 있었다. 순대국밥을 좋아했던 아빠 덕분에 순댓국 한 냄비를 두 손으로 들고 조심조심 집으로 오면 아빠와 마주 앉아 순댓국에 밥 한 공기 말아 엄마표 다대기 넣고 김치 척 얹어 한 대접 뚝딱 해치웠던 기억이 있다. 아빠의 순대국밥 사랑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국밥의 그 뜨끈함,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맛이란 것을 이미 국민학교 시절 터득해 버렸다. 별다른 반찬 없이 팔팔 끓인 국밥 한 그릇과 맛깔스런 김치 하나만 있으면, 꽉 채워지는 뱃골, 물론 순대의 진리는 내장이란 사실도,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의 묘미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국밥의 의미는 <한 끼의 고마움>이었다. 시끌시끌한 시장통 한 가운데, 펄펄 끓는 가마솥 뚜껑을 열면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연기를 해치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물을 떠 토렴한 후 뚝배기에 떠 주는 국밥 한 그릇 후후 불며 한 그릇 비워내고 나면 뭔가 허기졌던 배가 든든해지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임이 국밥 한 그릇 앞에 둔 이의 눈빛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 긍정적인 밥  / 한민복    


한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 속 국밥 한 그릇,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그 한 끼의 고마움, 따뜻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인이기에 자신의 자식과 같은 시집 한 권의 소중함에도 비함을 주저하지 않았을까?     


자,,, 이제 각설하고 순대국밥에 집중해 보자.    





# 순대국밥 (1인분 혹은 1.5인분)

순대국밥 재료: 순대 2컵(내장포함), 사골육수 2컵, 밥 한 공기, 대파 1/2대, 청양고추 1개, 들깨가루 2스푼, 생강즙 약간, 새우젓 약간, 부추 약간
다대기(양념장) 재료: 고춧가루 2큰 술, 간장 1큰 술, 맛술 1/2큰 술, 다진 양파 1큰 술, 매실청 1/2큰 술, 후추 약간, 참깨 1/2큰 술    


1. 일단 다대기 재료 모두 넣고 섞어놓으세요.





2. 청양고추와 대파는 썰어놓고(부추 있으면 썰어놓으세요. 5cm 길이로 약간)

3. 사골육수를 붓고 끓이다가 순대를 넣고 끓여주세요.

   (사골육수가 없으면 집에 있는 표고가루나 양파가루 넣고 조미하거나 

    치킨스톡 활용하셔도 됩니다.) 

4. 끓기 시작하면 새우젓과 생강즙으로 간을 해 주세요.

   (좀 심심하게, 먹기 전에 다대기 넣어 다시 간을 맞출 거니까요.)

5. 다 끓고 나면 밥을 담고 순대국 올리고, 

   다대기, 들깨가루, 청양고추, 부추 등등 올리면 완성! 

   (밥을 함께 넣는 것이 싫다면 따로국밥으로 드셔도 되겠죠? ^^

    청양고추, 들깨가루, 부추 등등 위에 올라가는 재료는 

    본인 취향에 맞춰 조정하면 됩니다.)    






# 스밀라의 순대국밥 취향저격

뚝배기 밑에 깔려 있는 밥을 잘 섞어준 다음, 다대기로 간을 맞추고, 

청양 고추는 반개만 넣어도 될 것을 칼칼하게 먹고 싶어 한 개 몽땅 다 넣고, 

들깨가루는 한 큰 술만 넣어도 될 것을 진듬진듬하게 먹으려고 두 숟갈 몽땅 다 넣고,

부추무침이 있었다면 딱 이었을 텐데, 부추를 사오지 않은 관계로,,, 겉절이로 대신합니다.

순대와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이 미어터지도록 우물우물,,,

다대기 넣고 진듬진듬한 들깨가루 팍팍 뿌려져 있는 국물도 후루룩,,, 우적우적,,,

땡초에 된장 푹 찍어 먹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겠죠.

마무리는 뚝배기 들고 남김없이 완샷!

음,,, 야성적이다. ㅋㅋㅋ    




어쩌면 말이죠.

우리가 먹는 국밥 한 그릇은 한 끼 때우는 밥이 아니라 

몸은 풀어주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양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국밥 앞에선 우리의 숟가락이

뚝배기를 향해! 

허겁지겁! 가열 차게! 달려드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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