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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에서 일한다
by 에피종결자 Jun 13. 2018

해외 취업 이민- 환상과 기대 사이  

 

손학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캠페인 슬로건으로 앞세워 대선주자로 나섰던 것이 어느덧 6년 전인데 아직 저녁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간 같다. 적어도 나와 같은 평범한 노동자에게는 말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구로의 등대 IT 회사, 일주일에 2번은 밤을 새워야 정상이라는 광고 회사와 같은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여 근무 시간을 꽉 채워 일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당연한 일조차 괜히 엄청난 ‘복지’처럼 느껴지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그래서일까? 내 시간에 대한 자율성과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이 대한민국을 한 번쯤은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할까 하는 질문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유럽, 특히 그간 이민에서는 비인기 지역이던 독일로 관심을 돌리는가 하는 질문은 흥미롭다. 한국과 비교하면 독일에서는 내 시간이 존중되는 근무 환경, 일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직장 문화, 피와 살이 깎이는 고통의 높은 세금으로 보장되는 비교적 안정된 노후라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물론 여러 매체에서도 자주 조명된다. 심지어 매체에서는 해외 취업의 반짝이는 성공 사례까지 적극 소개하며 해외 생활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불러일으키는데 꽤나 열성적이다. 
 

‘선배가 들려주는 취업 성공기 – “저도 꿈만 같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지방대학 출신의 엔지니어, 스위스에서 연봉 5만 유로를 받는 인재로 거듭나다”’ 

‘교환학생부터 해외 인턴십까지, 청년 실업 위기 해외 취업으로 돌파’   


주인공들이 해외 취업 도전에 성공 후 얼마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 대충 떠들어대곤 그 이면의 어려움은 모른 척 덮어 버리기 일쑤다.  

월급의 반인 세금과 집세를 내고 나면 물가가 비싸 한 달에 한 번 외식도 어렵다는 것.  

늘어난 저녁 시간에 집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  

인종차별은 적다지만 여전히 소수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유리 장벽이 될 때가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오후 5시에 퇴근해서 하루의 반나절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이라면 불평할 것이 없지 않냐는 작은 질투인 걸까?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도전 정신이 없는 사람인 듯 젊은이들 등 떠미는 이런 메시지들이 점점 불편해졌다.   


이런 성공담만을 바탕으로 희망 한 가득 품고 무작정 독일을 향하기에는 너무 성급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안고 살던 문제나 불만들이 독일에 오면 해소되는 건지, 익숙한 한국을 떠나 낯선 독일 땅에서 적응하기 위해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결국 독일에서 외국인 아니 한국인 노동자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때때로 기분 좋은 메시지는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조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너도 용기 있게 떠나!’라는 응원 구호는 잠시 제쳐 두기로 했다. 해외 생활에서 닥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충분히 조명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고 있는지와 같은 좀 더 무게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다. 어쩌면 이미 그 길을 걸어 본 꼰대의 노파심이나 잔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마구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도 ‘독일 너란 놈, 내가 한 번 도전해보겠다’는 열정이 끓는 다면 이왕 마음먹은 거 제대로 준비해서 가기를! 이 시점에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조언은 바로 이 네 가지다. 


1.  적어도 한국에서 외국어는 절반 이상 익혀 올 것 

(기초 없이 가도 현지에서 보고 듣다 보면 귀가 뻥 뚫린다는 지독한 망상은 버릴 것) 

2.  독일 채용 프로세스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오래 걸리므로 6개월 ~ 1년 일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여유 자금과 체류 비자를 준비할 것  

3.  자주 들려오는 낙방 소식에 조바심과 간절함만 늘어 한국이었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 을 일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두터운 자존감을 갖출 것  

4.  무엇보다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때 복귀해도 이를 실패라 여기지 않고 ‘난 정말 엄청  난 경험을 한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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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나는 독일에서 일한다
소속 직업강연자
<'나는 독일에서 일한다' 저자 > 해외에서 밥벌이 한 지 8년차. 서른이 훌쩍 넘은 노처녀 외국인 노동자가 들려주는 현실 백퍼, 환상 제로 해외 취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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