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독일의 연봉은 한국보다 평균적으로 높다. 최저임금은 2018년 8.84유로, 2017년 평균 근로자 월수입이 3,771유로(약 5백만 원)이라고 하니 더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수치가 일반 서민에게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바로 높은 세금에 있다. 수입이 높을수록 더 많이 걷어가는 세금 탓에 월급 차이가 좀 나도 완전 부자가 아닌 이상은 다들 비슷한 수준으로 산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독일을 두고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돈 안 쓰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의 특성은 그저 생존전략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값비싸고 맛없는 식당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아시아 사람, 그 옆 패스트푸드점을 채우는 것은 미국 사람, 거리에 앉아 직접 싸온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는 것은 독일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독일인들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독일에 무지했던 나조차 독일이 높은 세금으로 악명 높다는 것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확히 얼마가 월급에서 빠져나가는지는 계산해 보지 않은 채 연봉 협상을 하고 독일에 왔다. 경솔함에 무지함이 더해진 꼴이다. 독일은 서류를 사랑하는 나라인지라 급여에서 빠져나간 세금이나 기타 공제 사항을 꼼꼼히 적어 나누어 주는데 독일어를 잘 모르던 당시 이 서류를 읽고 해석하는 것도 골치가 아파 그러려니 하고 월급에 급여가 들어오는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급여가 들어오던 날. 그때 내가 뱉은 탄성은 “아아아아아아아악 내 돈… 뷁!!!.” 이게 다였다.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떼어 간다’가 통장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 실컷 힘들게 일해서 남 좋은 일, 특히 독일 사람들 좋은 일 하고 있다는 억울한 기분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낸 세금에는 동독을 지원하는 세금도 포함되어 있다. 북한도 한 번 도와보지 못한 내가 나와 별 관계도 없는 동독을 지원한다니 심술마저 날 지경이다. 이 억울함의 근본은 내가 낸 세금의 혜택을 제대로 누려볼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독일에서 자녀를 낳거나, 연금을 탈 때까지 살거나, 공부를 더 하거나, 직장 관두고도 실업 급여를 몇 년 받아먹을 수 있게 더 좋은 비자 또는 영주권을 갖지 않는 이상은 아무래도 ‘세금 뽕 뽑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독일 취업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단연 돈! 즉, 월급 실수령액과 생활비이다. 이 춥고 시린 나라에서 처량한 외노자 신세로 미래를 설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예상되는 생활비와 월급을 미리 점검하고 나름의 최저 한계선과 이상적 구간을 설정해 놓는 것이 좋다. 예컨대 독일에서 연봉 협상 시 한국에서 받던 월급과 단순 비교, 계산해 보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나처럼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정도로 넘기는 아마추어는 되지 말자. (실제로 한국에서 연봉 4천을 받다가 독일에서 연봉 4만을 제안받고 온 지인이 있었다. 4만에 당시 환율을 곱해보니 와우 5천2백만, 무려 연봉을 천만 원이나 높였다는 기쁨에 오케이를 해버린 것. 절대 독일에서 받는 4만이 한국의 4천보다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독일 세금은 대체 얼마나 높을까?
독일 세금 부담률은 2016년 통계 기준으로 무려 세계 2위, 평균 49.4%이다. 한국이 22%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무려 2배 이상이 높다. 꺄아- 물론 이는 평균이므로 자신의 세금 그룹이나 급여 수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보태면 보너스 같은 변동 급여는 세율이 일반 연봉보다 높다. 세금을 60% 가까이 떼어 간다. 참고로 독일 내 연봉은 대게 일정 비율은 고정 급여, 나머지는 회사와 본인의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변동 급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 목표를 달성해 보너스를 받는 다고 신이 나 여행을 계획했다가 절반이 떨어져 나간 금액이 통장에 찍히는 걸 본 순간 허해지는 마음을 폭풍 초콜릿 흡입으로 달래는 것이 직장인의 삶인 것만 같다.
독일 월급 실 수령액 확인은 여기서
다행히 독일 세금은 6가지 세금 그룹에 따라 기준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어 비교적 계산이 쉽고 정확하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급여 계산기를 이용하면 된다. 아래 방법을 참고하면 쉽다.
1. http://www.brutto-netto-rechner.info/gehalt/gross_net_calculator_germany.php
2. Gross Salary 옆 상자에 총 연봉 기재
3. Accounting period에 일을 하는 연도 기재
4. Tax Category는 자신에게 맞는 카테고리 선택
1) Category 1: 미혼이나 이혼, 별거로 혼자 사는 1인 가구
2) Category 2: 미혼 또는 이혼, 별거 가정 중 자녀가 있는 가구
3) Category 3: 기혼, 동거 가정 중 배우자나 본인 중 한 명의 소득이 더 높거나 한 명만 소득이 있는 경우- 이 중 소득이 있거나 더 많은 사람
4) Category 4: 기혼, 동거 가정 중 배우자와 본인의 소득이 비슷한 경우
5) Category 5: 기혼, 동거 가정 중 상대 배우자가 카테고리 3에 해당하는 경우
6) Category 6: 고용주가 둘 이상인 경우
5. 종교인인 경우 Church tax 에 표기
6.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와 자녀 수 기재
7. 나머지는 모두 특이 사항이 없는 이상 기본값으로 둔 뒤 Berechnen이라는 버튼 누름
8. 결과 창에서 Net Salary라고 표기된 주황색 금액이 각 월별, 연별 실 수령액
한 달 평균 생활비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까?
한국과 비슷하게 생활비 중 가장 큰 지출은 주거비이다. 주거비는 지역별로 차이가 매우 큰데, 최근 기준으로는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가 주거비가 가장 높고 물량도 적어 집을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 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나의 경우 뮌헨에서는 큰 셰어하우스에서 6평짜리 방 하나를 임대하는 데 600~700유로를 냈지만 에센에서는 20평짜리 집 전체를 임대하는 데 490유로를 냈다. 혼자 살고 싶었지만 뮌헨에서는 13평짜리 원룸이 1200유로 가까이 되었으니 미련 없이 깔끔히 포기할 수 있었다. 주거비 계산 시 직장인 1인 기준 월세를 대략 600-700유로 선에서 잡아보기를 추천한다.
기타 고정 지출 항목에는 휴대폰 비(약 월 20유로~30유로), 인터넷 비(약 30유로) 주거 계약 형태에 따라 전기세(약 50유로), 교통비(50~100유로), TV & 라디오 수신료(17.5유로)가 있다. 참고로 TV & 라디오 수신료는 그것을 이용하든 안 하든 가구 당 한 명이 의무로 내야 한다. 나머지 비 고정 지출 항목에는 식비와 생필품 비, 외식비, 문화 생활비, 독일어 학원비 정도가 있겠다. 내 경우 식비와 생필품이 약 한 달 200유로 들었다. 외식비는 한 번에 15~20유로를 잡고, 문화 생활비에 포함되는 박물관이나 영화관은 10~15유로를 예상할 수 있다. 독일어 학원비는 무척 케바케지만 직장인의 경우 대게 저녁반 코스가 사립 학원에서는 약 200유로, 공립학교에서는 100유로를 잡아 두면 예상 지출액 계산이 쉽다.
보다 쉽게 나의 한 달 지출 내역을 아주 간단한 예로 공개하면 아래와 같다.
집 월세: 490유로
전기세: 52유로
TV & 라디오 수신료: 52.5유로 (3달치가 한꺼번에 나감)
인터넷: 29.99유로
휴대폰: 21.99유로
교통비 월 정액: 50유로 + 여행 기차 100유로
식비 및 생필품비: 200유로
외식, 문화생활 포함 생활비: 400유로
기타(쇼핑): 200유로
ð 총지출: 160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