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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종결자 Jun 27. 2018

토종 한국인이 독일 회사로 취업할 확률은?

독일 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단연 이거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경력이 없는데 독일로 취업할 수 있을까요?”  

가능, 불가능을 묻는 질문이라면 답변은 물론 명쾌하다. 불가능은 없다. 


하지만 진부하기 짝이 없는 자기계발서의 충고대로 열린 가능성만 향해 뛰어가기에 평범한 외국인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에서도 어려운 취업이 외국이라고 더 쉬울 리 없다. 종종 미디어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실업률이 점점 낮아지는 국가를 예로 들며 이 넓은 기회의 시장에 당장 도전해 보라고 청년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이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결코 외국인 구직자의 경쟁력을 자동적으로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을 채용하는 회사나 포지션은 언제나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본인 국가에서 대학을 졸업 후, 우리나라 회사원으로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그 수치는 단연 한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비정상회담 독일인 대표 다니엘도 모두가 인정하는 고 스펙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졸업 후 한국 취업에 실패해 독일로 돌아갔었다고 고백한 걸 보면 쉽게 공감이 된다.  독일은 유럽연합 국가 특성상 우리나라보다 외국인 채용에 대한 경험도 많고 마인드도 훨씬 열려있지만 굳이 그들에게 ‘한국인’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거의 없다. 고급 전문 인력을 제외하고 일반 직에서 부족한 인력은 주변 유럽연합 국가에서 채용하는 것이 아무렴 아시아인을 채용하는 것보다 100배는 쉽다.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는 스페인, 이태리 지역의 청년들이 독일로 많이 오는 이유다.  


비자와 언어라는 장벽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친 사회초년생이 독일 현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독일의 특별한 교육 시스템도 자리한다. 독일은 다른 유럽 연합 국가와도 무척 다르게 직업 특성화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이다. 이는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소위 마이스터라 불리는 해당 분야 숙련자를 양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초-중-고-대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교육 과정이 구성되어 있는 반면 독일은 그룬드 슐레라는 초등과정 이후 중-고등학교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이 중고등학교 과정은 교육 과정, 총 교육 기간 그리고 교육 목적에 따라 레알슐레, 하웁트슐레, 김나지움이라 불리는 세 종류의 고등 교육 기관으로 나뉜다. 김나지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컫는 인문계 학교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진학한다. 학과 과정을 모두 마치면 아비투어라 불리는 졸업 시험을 치르고 이에 패스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 즉 졸업장을 수여받는다. 레알슐레와 하웁트슐레는 쉽게 이해하면 실업계 학교이다. 기술, 경험 중심적인 직업군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진학하여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아우스빌둥'이라 불리는 직업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직업의 길로 나아간다. 김나지움보다 교육 기간이 짧다. 이 두 학교의 경우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고 싶을 시 직업 실습을 몇 년간 이수 완료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다. 혹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경직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실업률 한 자릿수를 유지하는 독일의 강력한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힘이 바로 이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독일인들은 본인이 원하는 직업에 가장 적절한 교육 기관으로 진학해야 한다. 우리처럼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모두가 청소년 시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선택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 어떤 직업군을 선택하든 대학을 가는 것이 유리하고, 공부한 것과 관계없는 회사에 취업하여 신입으로 일을 부딪히며 배울 수 있는 우리와는 참 다르다. 독일 취업에 도전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본인이 지원하는 분야와 본인의 학력과 경력에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일 교육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 모든 정규 교육을 마치고 독일 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경로는 네 가지 정도 되겠다.  

1.     취업을 원하는 국가에서 석사, 박사 등 더 높은 고등 교육을 이수하며 현지에서 취업에 도전 

– 대게 재학 중 트레이니, 인턴, 워킹 스튜던트 또는 공동연구를 통해 경력을 쌓음  

2.     국내 관련 분야 기업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은 후,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동일 분야 독일 취업에 도전 

– 대게 IT, 자동차, 디자인과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확률이 높음  

3.     국내에 있는 기업 취업 후 주재원 등 해외 파견 기회 획득   

– 다만 주재원 파견 숫자가 점점 줄고, 현지 채용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주재원 제도가 어떤 지 미리 파악하는 것을 추천. 

4.     독일 내 한국 기업 해외 지사에 도전 

반드시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목표라면 가장 부담 없는 방법. 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접 찾거나 산업인력공단, 취업박람회 등의 알선 기회를 통할 수 있음 (그러나 국내 알선 기관을 통하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음) 


물론 상기 방법 이외에 나이 서른이 넘어 독일로 취업 이민 온 사람들 중, 독하게 처음부터 모든 공부를 시작하여 원하는 길로 진입한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게임 업계에서 일하다 돈을 모아 독일에 온 뒤, 약대에 입학하여 국가고시까지 마치고 약사가 된 언니, 한국 공대를 자퇴하고 뮌헨에서 맥주를 배우기 위해 3년간 공부와 수습 프로그램을 병행한 학생, 호주에서 호텔 주방장으로 3년 넘게 근무한 뒤 독일로 넘어와 무작정 독일 식당에 이력서를 들고 가 아우스빌둥(수습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요리사. 한국에서 20년을 버스 기사로 일하다 독일에 와 언어를 공부하고 버스 운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독일 버스 운전사가 된 아저씨. 그들의 도전정신과 끈기는 여전히 무척 존경스럽다. 나는 그 정도의 자신도 없을뿐더러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직업을 당시엔 찾지 못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급했다. 일을 하며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가장 취업 가능성이 높은 한국 회사를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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