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겁

배부르지도 않은 겁

by 나라연

처음 겁먹었던 때는 고등학교 입시 때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아 다음 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안 순간이기도 하다.


잔뜩 겁을 먹고 낯선 고교입시 고사장에 들어갔다.

떨리는 마음을 용케 부여잡고 면접시험을 치렀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 불합격하면 어쩌지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합격통보를 받고 나니 기쁨도 잠시, 부모님 곁을 떠나야 한다니 겁이났다.

또한 먼 타지에서 혼자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

낯선 곳에서 학교생활을 할 생각 하니 또 겁이 났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현장실습을 나간 회사에서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겁이 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갈 생각을 하니 학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또 겁이 났다.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를 갈 생각을 하니 겁이 났다.

훈련소에서 힘든 훈련을 잘 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에 겁이 났다.

자대 배치 후 이곳에서 군생활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란 생각에 또 겁이 났다.


군 전역의 기쁨도 잠시, 복학해 곧 졸업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났다.

학교에서 배운걸로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또 겁이 났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볼 생각을 하니 혹시 번번이 떨어질까 봐 겁이 났다.

첫 출근날 아침 이 회사에서 오래 다닐 수 있을까란 생각에 또 겁이 났다.


퇴사를 생각하자니 여기보다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겁이 났다.

백수가 되어 먹고 놀자니 생활비 걱정에 또 겁이 났다.


결혼 적령기가 오니 결혼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겁이 났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고 가정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란 걱정에 또 겁이 났다.




인생의 전환기에서 들어설 때마다 늘 잔뜩 겁을 집어 먹었다.

먹어봐야 맛이 있지도, 배부르지도 않은 겁은 막상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어! 별거 아닌데, 이런 것쯤이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쫄았잖아."라는 자신감으로 서서히 소화되고 만다.


우리는 끊임없는 시험대에 올라서야만 한다.

내게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수많은 일들이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줄지어 대기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 무슨 일이 내 앞에 맞닥뜨려 나를 겁을 먹게 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환기에서 늘 그래왔듯 잔뜩 집어 겁을 가뿐하게 소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내게 맞닥뜨리게 될 일들은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일들일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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