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응 회의

감춰진 연결고리의 실체

by 나라파파

S#52. 서울시 비공개 위기관리실


서울시청 지하 B2 위기관리실. 보안경보가 작동된 상태의 비공개 회의실. 회의실 중앙의 디지털 테이블에 서울 도심 지반 구조와 싱크홀 사고 지도, 실시간 드론 영상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서울시장, 유영한, 사카모토, 메구미, 서울시 기술국장, 감사과장 외 몇 명.


서울시장 (조용히 테이블 위 자료를 바라보다가) 이제 전부 알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가, 이 도시의 기반을 팔고 있었습니다.


유영한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도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심도 터널 아래, 이탄층과 지하수 흐름을 무시하고 공사한 탓에… 몇 년 후, 작은 지진에도 지하철이 붕괴됐지요.


메구미 서울 강남 일대의 지반 데이터를 확인해 본 결과, 단단한 기반암은 50m 아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45층 이상의 고층 빌딩 그리고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어요.


서울시장 (한숨을 내쉬며) 그걸 몰랐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특히나, 드림타워 같은 경우엔…


유영한 (책상에 손을 얹고 정색하며) 처음부터 지반 데이터는 조작됐습니다. 심지어 그 데이터를 근거로 건축허가를 내준 쪽도 문제예요. 시 내부 자료 중 일부는 ‘오류’라고 처리돼 있습니다. 그게 정말 실수였을까요?


기술국장 (당황하며) 시스템 오류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와선 확인이 어렵습니다…


서울시장 (날카롭게 쳐다보며) 그 시스템, 심대표 측에서 관여했죠. 거기서 ‘오류’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요?


메구미 게다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 싱크홀의 초기 신호는 3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지 센서의 데이터는 비어 있었어요. 누군가 삭제했거나, 감춰둔 거예요.


잠시 정적이 흐른다. 모두가 입을 닫고 고개를 떨군다.


유영한 지진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처럼 지진대에 명확히 포함되진 않지만, 지각 경계선과 가까운 ‘응력 축적지’입니다. 문제는 이 싱크홀이 그것의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메구미 1995년 삼봉 백화점 붕괴 사고 기억하시죠?


서울시장 잊을 수 없죠.


유영한 그때도 원인은 ‘설계 불량’이라 발표됐지만, 현장에선 ‘지하수 흐름 이상’과 ‘지반 붕괴’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근데 그 부분은 공식 보고서에서 빠졌어요. 마치… 지금과 똑같이.


감사과장 그 말은, 30년 가까이 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은폐돼 왔다는 뜻입니까?


유영한 부동산이 전부인 나라에선, 땅 밑 이야기를 꺼내는 게 제일 큰 금기죠. 특히 강남은… 한국의 금융권, 정계, 건설 이권이 얽힌 ‘기반’이기도 하니까요.


서울시장 책상 위 문건을 꺼낸다. 검은 표지의 ‘내부첩보요약 – 극비’ 문서. 펼치자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서울시장 이 문서에 따르면, 심대표는 드림타워 PF자금 조달을 위해 정치권과 손을 잡았습니다. 특히... 최의원. 이 사람은 도시공항구역 제한을 풀어준 장본인이죠.


메구미 (놀라며) 도시공항 근처에 고층 건물을 짓는 건, 항공 안전상 위법 아니에요?


서울시장 정상적으론 그렇죠. 그런데 국토부가 예외 조항을 만들어 줬고, 그 시점에 법 개정안이 통과됐어요. 주도한 사람이... 최의원입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과 충격이 번진다.


유영한 정치와 개발 이권이 결탁한 겁니까...


서울시장 (낮고 무겁게) 도시는 허물어져도, 권력은 남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시민이지 그들의 자산이 아닙니다.


유영한 지금 이 순간도, 지하에선 균열이 자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늦추면, 서울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회의실 디스플레이에 점점 커지는 지반 함몰 예측 시뮬레이션이 떠오른다. 그 경로의 끝엔 ‘강남 대로변’, ‘잠일’, ‘삼송역’ 등이 점멸된다.


서울시장 (의자에서 일어나며) 어서 다음 단계 준비합시다. 모두들 반대하겠죠. 하지만… 이젠 우리가 묻힐 시간입니다.


유영한 서울이라는 도시는, 다시 쓰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카메라는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위기관리실 디스플레이를 비춘다. 경고음이 커지고, 도시 전체를 뒤덮는 균열 시뮬레이션 그래픽이 회의실 벽면을 붉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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