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타워의 붕괴
서울 외곽. 비밀리에 사용되는 창고 건물. 붉은 벽돌 외벽과 금속 문이 오래된 느낌을 풍긴다. 내부는 조명이 어둡고, 간헐적인 형광등만이 깜박인다.
심승현이 낡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문이 열리고 유정현과 이정환이 들어온다.
심승현 찾기 힘드셨죠. 여긴, 누나도 모릅니다.
심승현 탁자에 놓인 서류뭉치를 건넨다. 이정환이 받아 든다.
심승현 드림타워 기반 설계 변경 이력, 진동 측정 데이터, 그리고 최신 균열 감지 센서 기록입니다
이정환 (확인하며) 최근 열흘 사이에 진동 수치가 5배 이상 증가했어요. 30층 이상 구조에서 이 정도면...
유정현 붕괴 위험 임계점을 넘었다는 거군요.
심승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심승현 드림타워는 지금, 말 그대로 ‘서 있는 폭탄’입니다. 이번 싱크홀로 지반이 흔들렸고, 그 균열이 이미 본건물 하부까지 연결됐습니다.
이정환 그런데 왜 아직도 통제하지 않죠? 대피도 없고, 사용 중단도 없고…
심승현 (씁쓸하게 웃으며) 누나는... 타워가 무너지면 모든 걸 잃어요. 해외 투자자들, 금융권, 심지어 언론까지. 그러니 눈 감는 거죠.
유정현 이걸 폭로하는 이유는 그룹을 본인이 독차지하기 위함인가요?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폭로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아니 그룹 전체가 위험해 질지도 모릅니다.
심승현 (잠시 침묵하다) 그 건물... 애초에 올리면 안 됐습니다.
심승현 서랍을 열어, 오래된 흑백 위성사진과 함께 ‘서울도시계획구역 내 암반 파쇄 주의 구역도’를 꺼낸다.
심승현 이건 초창기 서울 도시공항 지하 매설도입니다. 드림타워 부지는 과거 ‘지진 유발 취약구간’으로 분류돼 있었어요. 도시공항 시절, 관통 공사 금지 구역이었죠.
이정환 (놀라며) 그걸... 심대표가 알고도 강행했단 겁니까?
심승현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권, 특히 ‘최의원’의 조력을 받아 건축허가를 얻었어요. 안전검토는 외부 로펌과 사전 협의로 조작됐고, 보고서는 폐기됐습니다.
이정환이 낙담한 듯 말없이 서류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유정현 이제 타워 자체가 위협이군요.
심승현 그렇습니다. 이번 사태를 멈추려면... 드림타워를 멈춰야 합니다. 아니, 쓰러뜨려야 해요. 물리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이정환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네요.
심승현 도시는 복구되겠죠. 하지만 무너져야 할 건물은... 무너져야 합니다.
심승현 천천히 일어선다. 무거운 분위기 속, 조명이 심승현의 얼굴 반만 비춘다.
심승현 그리고... 누나도 함께 내려와야 합니다.
이정환 그런데 실제 붕괴가 가능하다는 얘깁니까? 드림타워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겠죠.
심승현 옆으로 쓰러져 무너진다고요. 문제는 ‘어떻게’ 무너지느냐입니다.
노트북을 열어 시뮬레이션 영상을 띄운다. 드림타워 하부 지반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3D 구조 분석 그래픽. 균열 확장선이 타워 좌측 하단부터 퍼지며 탑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구조.
심승현 기초파일 일부가 부러졌고, 나머지 지지선도 균열이 진행 중입니다. 이대로 놔두면... 타워는 옆으로 쓰러집니다.
유정현 (눈썹을 찌푸리며) 그 방향이면…
심승현 강남 자우 단지, 그리고 반대편 래미힐 단지까지. 반경 400미터 이내 아파트 9개 동. 주민 수는 약 3,800명.
그쪽은 고층 밀집 구역입니다. 이 타워가 옆으로 넘어가면, 구조상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환 건물 하나 때문에 아파트 단지가 다 쓰러진다고요?
심승현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 90년대~2000년대 초반 시공 구조물입니다. 내진 설계는 존재하되, ‘상부 충격’에 대한 대비는 미비했죠.
유정현 서울 도심 전체를 위협하는 재난이 되는 겁니다. 단순한 타워 붕괴가 아니네요.
심승현 그래서 ‘드림타워’를 멈춰야 합니다. 지금은 철거든, 부분 해체든, 뭔가 결단이 필요해요. 이대로면 서울은… 무릎 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