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의 몸살 기운
어제는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달콤한 해방감을 만끽했다. 모임의 열기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맨다리에 편한 차림으로 맞이한 찬바람은 그저 시원함 그 자체였다. 그 시원함이 좋아 바닷길을 걸었다. 뺨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좋아서 한껏 즐겼는데... 그 시원함 뒤에는 서늘한 반격이 숨어 있었다.
아침이 되자 신호가 왔다. 어깨부터 묵직하게 시작되는 낯선 통증.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출근은 사람을 살리고 또 죽인다. 운동도 하고 왔다. 일에 몰두할 때는 잠시 잊었던 것들이 이렇게 누워 있으니 비로소 명확해진다. 열이 살짝, 아주 살짝 오른다. 몇 년을 잊고 살았던 내 몸이 보내는 가장 확실하고도 엄중한 경고. '최근에 나를 너무 소홀히 했나?'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거 몸살이겠지?" 네, 초기 몸살이 틀림없다. 어제의 급격한 온도 변화와 면역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방심했던 결과. 어릴 때 먹던 민물 뱀장어의 효능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나 보다. 코로나도 피해 갔었는데 이럴 줄이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열감이라 낯설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이 느낌이 좋다. 어릴 때 열이 나면 엄마가 이마에 손을 얹고 차가운 수건을 올려주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몸의 신호 나쁘지만은 않다. 난 아파도 즐기는 타입이라서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고 푹 쉬어야겠다. 따끈한 차 한 잔 마시고 몸이 원하는 만큼 이불속으로 파묻혀 자야지. 아침이 되면 다시 말짱해져 있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