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수업 이야기

작은 손들의 기적

by 빛나다온

돌봄 교실의 오후는 늘 다채롭다. 월요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예 수업이 있는 날이다. 교실 안은 한껏 들뜬 기운으로 가득하다.


"선생님~ 오늘 공예수업하죠?"

"오늘은 뭐 만들어요?"

전 지난번에 만들었던 연필꽂이 잘 쓰고 있어요!

오늘 만든 것도 집에 가져가도 돼요? 엄마한테 보여줄래요.


교실 한편에서는

"아... 좋겠다. 난 컴퓨터 수업 가야 해..."

"나는 한자 수업인데"

선택형 방과 후 수업을 가야 하는 학생들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속삭임도 들린다. 아이들의 말끝엔 설렘도 부러움도 묻어난다.


공예 수업을 좋아하는 아이도 만들기는 싫다며 시큰둥한 아이도 있다. 그런데도 재료를 만지고 손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수업은 12시 50분부터 시작이다. 외부 강사님이 오시기 전 우리는 익숙한 일과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오고 반납하기, 화장실 다녀오기, 책상 정리하기, 마음 가라앉히기,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잠시나마 예술가가 된다.


12시 40분

나의 집중 구호와 함께 준비가 되면, 아이들은 자리에 앉는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손은 무릎 위에. 물론 10초 뒤엔 다시 이리저리 들썩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멋진 예술가들'의 모습이다.


공예 선생님이 오시고 재료를 나눠주면, 책상 위에는 색색의 종이, 알록달록한 스티커, 반짝이 색종이 오늘의 주인공 바람개비 만들기 재료가 모두 준비된다.


"얘들아, 오늘은 바람개비를 만들어볼 거예요~"

봄바람의 바람개비 너무 좋은걸~~

"잘 돌게 하려면 중심이 제일 중요해요."

"가위질도 조심조심! 천천히 해 봅시다."


강사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생님, 이 선 따라 자르는 거 맞아요?"

"저 이거 삐뚤어졌어요! 다시 해도 돼요?"

"우와~ 내 거는 알록달록 섞었어요!"


종이를 오리고, 풀을 바르고, 나무젓가락에 조심조심 바람개비를 붙이는 아이들. 풀 자국이 손등에 묻어도 가위질에 자꾸 종이가 찢어져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서툰 손놀림 속에서도 각자만의 바람개비가 하나씩 완성되어 간다. 어떤 아이는 별 모양 스티커를 촘촘히 붙이고 어떤 아이는 반짝이 색종이를 오려 자기만의 바람개비를 화려하게 꾸민다.


입으로 후~~ 불더니

"와~ 바람 불면 진짜 돌아가요."

"선생님, 저 이거 밖에서 돌려보고 올래요."

"제 건 좀 느려요. 그래도 예쁘죠?"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끼게 해 주자 아이들은 바람개비를 들고 창가로 달려간다. 하나둘씩 바람에 살랑이는 바람개비를 바라보며

자신의 작품이 움직이는 순간을 즐긴다.

3월의 바람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선생님, 바람이랑 내가 만든 게 같이 움직여요!

우와~ 진짜 돌아간다! 내 바람개비 최고야!

아이들 눈빛에는 작은 성취감이 빛나고,

서로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와~ 잘했다!"라고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모습도 눈에 띈다.


교실 안은 어느새 작은 전시회장이 되었다.

책상마다 펼쳐진 개성 있는 바람개비,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결과물들이 교실의 오후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공예 수업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과정,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인내,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 그 모든 순간이 아이들 안의 창의력과 자존감을 키워준다.


"선생님, 다음엔 뭐 만들어요?"

"색종이로 꽃 만들고 싶어요."

"저는 집! 집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의 질문은 내일을 향한다. 바람개비 하나로 시작된 예술의 기쁨이 아이들의 마음속 작은 꿈들을 건드린 모양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들. 언젠간 예쁜 쓰레기가 될지언정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성장이 돌봄 교실을 조용히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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