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굽는 시간

요리수업-수박쿠키 만들기

by 빛나다온

이름은 시원하지만 먹으면 고소한 ‘수박 모양 쿠키’ 만들기를 했다. 방학 동안 참여한 15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실과실로 향했다.


"손 깨끗이 씻었나요?"

내 말에 아이들이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 요리 선생님도 덧붙이신다.

"손을 씻어도 보이지 않는 먼지가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손에 남은 먼지를 털어 줘야 해요. 손을 아래로 내려서 박수 다섯 번 쳐볼게요!"

짝~짝~짝짝짝! (네, 그 익숙한 박자 맞습니다.)


박수 소리와 함께 실과실 안엔 설렘이 방울방울 피어올랐다. 각 모둠에 밀가루 반죽이 놓이고 드디어 쿠키 만들기 시~~~ 작!

"빨간 반죽을 동글동글 말아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보름달처럼 펴주세요."

"보름달이 만들어졌나요?"


"네~~~~~~에"


"이제 반으로 잘라주세요."

"반달모양이 되었죠? 또 반으로 잘라줄 거예요."

"그럼 4조각으로 만들어졌지요?"

"초록 반죽은 나중에 붙여야 수박 껍질처럼 예쁘답니다~"


손으로 뚝딱뚝딱 마음으로 쓱쓱쓱 다들 열심히 만들지만, 장난을 치는 아이도 꼭 있다.

"저는 안 만들래요~, 선생님, 이따가요~, 만들기 싫어요. 힘들어요. 그냥 놀래요."


그럴 땐 협상 아닌 협상이 시작된다.

"ㅇㅇ야~ 친구들은 다 쿠키 만들고 있네. ㅇㅇ도 멋진 자세로 만들면 선생님이 더 기분 좋을 것 같아. 정성껏 만든 쿠키는 더 예쁘게 구워질 거야~"

"만드는 거 힘들어요. 귀찮아요."

"귀찮아도 만들고 나면 뿌듯할 거야! 선생님이 깜짝 칭찬 보상도 줄걸? 혹시 뭘 받을 것 같아?

"혹시 마이쮸? 마이쮸 진짜 줄 거예요?"

"당연하지, 마이쮸도 주고 맛있는 쿠키도 가져가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은 ㅇㅇ솜씨 진짜 기대되는데~"

그제야 아이는 반죽 앞에 앉았다. 손이 조심스레 움직이긴 했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나와의 실랑이가 꽤 길었다.


온도차가 확연한 옆 테이블은 말이 폭죽처럼 터진다.
"선생님, 수박맛이 날까요?"
"수박씨는 뭐로 해요?"
"내 수박 타진 않겠죠?"
질문은 끝이 없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빨간 반죽은 보름달처럼, 초록 반죽은 길게 말아 테두리에 붙인다. 작은 손가락들이 초콜릿을 집어 수박씨처럼 콕콕 찍는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귀엽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쿠키라는 자부심이 클 테다.

쿠키가 오븐 속으로 들어가자 고소한 냄새가 실과실을 채웠다. 쿠키가 구워지는 동안 모둠별로 과일이름 대기 게임을 했다. 쿠키 언제 나오냐고 1분 간격으로 묻는 아이도 있다. 마침내 짜잔! 잘 구워진 수박 쿠키가 등장한다. 아이들 눈은 반짝이고 입꼬리도 올라간다.
"우와, 진짜 수박 같아요!"
"고소한 수박이네요~"
시원하진 않아도 마음은 확실히 따뜻해졌다.
"이건 내 거!"
"동생도 하나 줘야 엄마가 좋아하겠지?"
"난 형아랑 나눠 먹을래."

"선생님도 하나 드릴까요?"

4조각밖에 안되는걸 선생님도 챙기는 예쁜 아이, 빨강 초록 까만 초코 단순한 조합의 쿠키 안에 아이들의 정성과 웃음,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겼다.


매년 요리 수업을 하지만 쿠키 수업의 인기는 변함없다. 쪼물딱 주무르고 모양을 만들고 붙이고 다듬는 모든 과정이 아이들 손끝을 즐겁게 하는가 보다.


무더운 8월 수박을 닮은 쿠키에 추억을 예쁘게 구워냈다.


#돌봄 교실

#쿠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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