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당을 점령하다.

여름의 마지막 페이지

by 빛나다온

끝나는 여름방학이 아쉬워서 소강당에서 실컷 놀기로 했다.


교실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임시교실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아 점심을 먹고 소화가 될 때면 소강당으로 향한다. 소강당은 에어바운스를 설치했던 대강당보다는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에 자주 찾게 된다. 문을 열자 음악줄넘기 강사님이 혼자 연습을 하고 계셨다. 덕분에 소강당 안은 이미 시원하게 식어 있었다. 아이들은 시원함에 몸풀기라도 하듯 사방으로 흩어져 놀기 시작했다.


1, 2학년이 같이 있으니 끼리끼리 노는 모습도 보인다. 1학년 남학생이 혼자 공놀이를 하길래,

"선생님이랑 같이 놀자."

아이는 흔쾌히 좋다고 한다. 가벼운 공으로 서로 주고받자니 다른 아이들도 모여든다. 놀이에 내가 합류하면 금세 아이들이 몰린다. 고마운 일이다.

"저도 할래요!"

"저도요."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럼, 공놀이할 친구들은 선생님 앞으로 나란히 서세요!"


서로 하겠다며 내 앞에 엉켜 몰려든다. 부딪칠까 봐 "얘들아, 줄 서 봅시다~" 간격을 넓혀 주고 한 명씩 던지게 했다. 그런데 두세 개의 공이 나를 놀리듯 번갈아 날아오기 시작한다. 이쪽저쪽으로 손을 휙휙 뻗으며 잡았다가 던지고, 또 잡았다가 던지고, 아이들은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더 크게 웃었고, 소강당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옆에서 연습하시던 음악줄넘기 선생님도 우리가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와~ 선생님 잘하신다."

"선생님은 우리랑 잘 놀아줘서 좋아요!"

"공놀이 재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편하게 입고 왔지~"

"아~~~ 맞네"

"선생님, 매일 바지 입고 오세요."


신이 난 아이들은 어찌나 많이 던지는지 내 머리와 팔, 등에도 맞는다. 잘 방어하다가 결국 한계에 다 달랐다. 이 정도면 충분히 놀았다 싶어서 슬며시 손을 내려놓았다. 아이들은 더 하자고 졸랐지만 여러 명이 공격하는 공을 다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놀이니까 괜찮다 싶었지만, 막상 공이 내 얼굴에 맞으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 놀다가도 토라지는 아이들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공놀이가 식을쯤 꼬리 잡기를 하자고 한다. 두 팀으로 나누고 나는 여자팀에 들어갔다. 허리에 천을 매고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달린다. "잡는다~ 잡는다~" 하며 손을 뻗으면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친다. 일부러 못 잡는 척 지나치면 뒤에서 "아~ 아깝다!" 탄성이 터진다. 결국 한 아이의 꼬리를 잡자 "다음은 저 잡아요!" 하며 다시 원을 그리며 도망치길 반복한다. 꼬리잡기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지칠 만도 한데 한쪽에 세워진 굴렁쇠를 보더니 "선생님, 이거도 해봐요!" 하고 달려온다. 아이들이 굴렁쇠를 잡고 굴려보지만 마음처럼 잘 굴러가진 않았다. 두 손으로 힘껏 밀었는데도 쇠테두리는 삐뚤삐뚤 옆으로 넘어가 버리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어? 왜 이러지?" 아이는 당황해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조심스레 밀어도 이번엔 빙그르르 옆으로 돌아눕고 만다. 굴렁쇠는 아이들의 손에서 자꾸 벗어났다. 또 다른 아이는 너무 세게 밀어 굴렁쇠가 앞으로 달려가다 툭 쓰러졌다. 허둥지둥 뒤쫓아가며 "잠깐만 잠깐만" 하고 외치는 모습에 웃음바다가 된다. 아이들의 손에서 굴렁쇠는 장난꾸러기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들은 굴렁쇠 굴리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내가 시범을 보였다. 천천히 굴리다 속도를 올린 후 곡선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에 신기해한다.


어릴 때 굴렁쇠를 많이 굴려보았다. 아버지가 고물 자전거 바퀴를 뜯어서 만들어 주면 빙판길, 험한 길 등 굴려본 경험이 많다. 그래서 매끈한 소강당 바닥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아이들은 환호하며 뒤를 따라오고 속도를 살짝 늦춰 아이들이 앞질러가게 했다. 굴렁쇠가 멈추면 다 함께 달려가 다시 세워 굴리다 보니 우리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목이 마르면 물 달라고 몰려온다. 컵을 가져오지 않아서 물통을 들고 "자~ 입 벌려보자" 하고 입에 닿지 않게 물을 부어준다.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차례대로 물을 살살 부어주면 고개를 까딱이며 꿀꺽꿀꺽 삼키는 모습이 꼭 제비새끼들이 먹이를 받는 것 같다. "아~ 시원하다!" 또 누군가는 옆 친구보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겠다며 입을 더 크게 벌린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역시 물이 제일 맛있어, 최고야!"라며 물맛을 알아버린다. 소소한 놀이에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더 많이 더 자주 놀아줄걸 반성도 스쳤다.

소강당에서 한바탕 뛰고 난 뒤 교실에 올라오면, 아이들이 좀 쉴 줄 알았다. 그런데 알까기랑 오목을 하자고 몰려든다. 휴~ 한시도 쉴 틈이 없구나~~~


여름 방학이 끝나고 있다. 오늘의 놀이가 아이들 일기장 한 페이지에 채워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직접 볼펜으로 그린 오목 판, 귀여워서 한컷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시원했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서 올여름은 그야말로 핫했네요. 이제 가을로 넘어갈 시간, 어떤 이야기가 기다릴까요?










#돌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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