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도 배워야 거절하지

연습하자 '싫어'

by 혀나

현재 9살인 나의 하나뿐인 딸은 아기 때부터 순둥순둥했다. 마음이 여려서 울기도 잘 울고 누구에게든 예쁘게 말하고 애교는 넘치는 그런 아기였다. 타고나길 다정한 성격이라 엄마인 나에게도 늘 사랑스럽게 얘기하고 친구들에게도 따뜻하게 얘기하는 그런 아이이다. 친구가 울고 있으면 대부분 아이들이 크게 신경을 안 쓰는데 우리 딸은 꼭 옆에 가서 괜찮냐고 물어주고 처음온 친구가 있으면 먼저 가서 말을 걸어주는 그런 다정한 아이다.

세상 순둥하고 나쁜 말이라고는 못하는 우리 딸의 이런 성격은 조금씩 커가고 학교에 들어가니 약간씩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들 관계에서 싫은 것도 생기고 거절할 일도 생기는데 우리 딸은 그런 얘기를 일절 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친구가 자기 부채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바꾸자고 했다면서 자기는 싫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내가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하면 우리 딸은 그 얘기 못하겠어라고 하며 친구가 자기 색연필을 계속 빌리는데 자기 거가 있으면서 계속 빌린다고 그래서 내가 니 거 써 내 거 빌리지 말고 하라고 하면 우리 딸은 그 얘기 못했어 이런 식이었다.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한 일이었고 같은 반의 한 아이는 우리 딸이 순둥 하니 본인 의사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물건을 집어던져놓고 주워 담으라 하고 계단에서 다리를 들어보라 하고는 잡아당기려고 심지어 화장실에서는 밀어서 넘어뜨리기도 했다고 하니 좀심각한 수준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래도 1학년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관심 가져 주시고 중재도 해주셔서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었지만 그래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은 꼭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수없이 거절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네가 하고 싶지 않은 건 싫다고 거절해도 돼. 다른 사람이 너에게 해를 끼치도록 두면 안돼. 화가 나면 화를 내도 돼. 언제나 예쁜 말만 할 필요는 없어. 모든 친구가 너에게 다 좋은 친구는 아니야.

어쩌면 좀 교육적인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건강한 관계에서는 내의사 표현과 거절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마음 여린 우리 딸이 조금은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1학년 내내 저걸 가르쳤다.

어떤 날은 거절에 실패하고 와서 억울해하는 아이를 달래고 어느 날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와서 뿌듯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거의 1년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노심초사하는 가운데도 아이는 자란다. 2학년이 되어 또 한 뼘 자란 아이는 이제 자신의 의사표현이 나름 정확한 아이로 성장했다. 1학년 담임선생님도 아이의 성향이라 쉽게 바뀌진 않을 거라고 많이 노력을 해야 할 거라고 하셨지만 1년 만에 아이는 스스로 많은 성장을 해냈다.

요즘엔 자기 까칠하다면서 싫다고 얘기했어하면서 뿌듯해하는 아이를 보면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다. 이렇게 1년 만에 확 바뀐 아이가 나로서는 잘 믿기진 않지만 내 생각보다 더 훌륭한 내 딸이 또 스스로 성장하기를 믿고 기다려보려고 한다. 지금처럼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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