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건강검진
몇 년 전 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사실 국가검진도 뛰어넘고 받지 않았었다. 챙겨서 받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병원이라면 지긋지긋하게 가고 있는 상태라 다시 또 다른 병원에 가고 검사를 받고 하는 게 너무 하기가 싫었다. 한창 치료를 받을 때는 병원 건물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트라우마가 생겼었기 때문에 치과도 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얼마 전에야 겨우갔으니 건강검진은 오죽했을라고.
올해도 국가검진은 또 돌아왔고 그나마 요즘은 병원을 자주 안 가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편해져서 미뤄뒀던 검진을 받아볼까 하고 예약을 했다. 그래서 기본검진에 대장내시경만 추가를 해서 연휴 중에 갔다 오게 되었다.
내시경 때문에 며칠 전부터 식이조절도 하고 장세척제를 마시는 게 좀 고역이긴 했지만 착착 준비를 해서 당일 일찌감치 검진병원에 방문을 했다.
그전에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는데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병력이 생겼다는 거. 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늘 작성했었는데 구구절절 병력과 먹는 약이 생겼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이제 내가 가지고 가야할거겠지만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내 병력을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
사실 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빼고는 내 병력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의 딸 친구 엄마들이나 이웃들은 내 병력을 전혀 모른다. 그런 얘기를 하면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할 거 같아서 굳이 얘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병원은 꼭 해야 하는 곳이니 솔직하게 문진표에 적어 넣었고 당일 검진을 받으러 갔다.
건강검진으로는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직원분이든 의사 선생님이든 다들 친절하시고 잘 안내해 주셔서 검사를 편하게 받았다. 의사 선생님 상담을 할 땐 처음 만난 의사 선생님이었지만 내 병력을 보시고는 암은 그저 확률이라고 담배도 술도 안 하시는데 그저 확률에 걸린 거라면서 조기에 발견만 하면 괜찮다고 따뜻하게 얘기해 주시는데 마음이 편해졌다. 검사를 할 때도 오른팔에 주사를 놓지 않도록 꼭 챙기겠다고 하시던 간호사님도 참 참친절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사람에게 내 병력을 편하게 얘기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음의 여유가 한 줌쯤 생겼구나 싶었다.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싹 마치고 특히 내시경에서 추가로 검사하거나 용종도 없다고 하니 조금은 찜찜했던 속이 시원했다.
이제 앞으로는 건강검진도 부지런히 챙기면서 잘 지내도록 해야겠다. 또 아픈 건 너무나 싫으니 그전에 미리미리 검사받고 치료받아서 건강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파이팅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