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완벽함, 용봉산
토요일 아침.
한껏 여유를 부리며 일어나 몇 달째 방치한 나의 머리카락을 훌훌 잘랐다.
이 가벼움은 언제나 좋구나.
어쩌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진 날은 어딘가 멋진 곳에서 하루를 보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든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왔으니 갈 곳은 산이지.
그게 어쩐지 살짝 아쉬운 날.
그래도 백패킹을 간다.
한껏 힘준 내 머리 모양이 흐트러져도...
늦은 오후 4시 홍성에 도착에 산행을 시작했다.
자연휴양림에서 입장료를 냈다.
오늘 나의 잠자리 값은 천 원이구나.
여기저기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 최영 장군 활터를 들머리로 잡았다.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산이기에 마음의 부담이 적은 탓인가
가방이 평소와는 다르게 가볍게 느껴진다.
해발 381m
그 어느 쪽을 들머리로 삼아도 1시간 정도면 정상에 이르는 그 편암함이 반갑다.
비록 높이는 여느 산보다 낮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설악산도 있고 지리산도 보인다.
바위와 계단을 만나도 높이가 주는 편안함이 더한다.
해 질 녘
노을을 바라보며...
작고 낮은 것들이 주는 위대함을 생각해본다.
이 산은 어찌 이리 많은 것을 담고 있을까?
모양이 제각각인 바위들의 끝을 바라본다.
잘게 바스러진 바위가 흙이 되는 과정이 용봉산에 다 있구나!
단단한 돌이 흙가루가 되기까지...
산이 지나온 세월만큼
낮게 펼쳐진 저 산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훌쩍 또 만나자.
용봉산.
거기 있어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