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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풀 Feb 10. 2022

힘룽 히말 가는 길 7

괜찮아! 다 잘된다구!

2021. 12. 05.

토요일 아침.

눈을 떠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손을 방바닥에 댔는데 왼팔에 통증이 밀려왔다.

팔을 디딜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인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으나 시간이 없다.

당장 훈련에 참여해야 하니 우선 배낭을 짊어진다.

괜찮아 지길 바라며 통증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약을 먹는다.

치마루 암장에서 그동안 받은 어센딩 훈련을 테스트를 한다고 해 괜한 긴장이 밀려왔다.

대원들 모르게 조용히 TF Team 알도록 테스트하면 조금 덜 떨렸으련만...

이렇게 인원을 나눠 이름을 불러가며 순서대로 오르라니 오늘은 제대로 날 잡았구나.

배낭을 짊어지면 손목에 부하가 더 심해질까 통증이 염려되었다.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다 대장님께 손목이 안 좋아 배낭 없이 테스트에 참여해도 되는지 여쭤봤다.

다행히 그렇게 하라는 말씀과 함께 혹시라도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배낭을 메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준다.

갈비뼈 상태에 좋지 않은 이건진 대원은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배낭을 메고 테스트에 참여한다.

젊음의 패기인가? 무모함인가? 괜히 염려가 되어 안쓰럽다.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할 때는 아니니 배낭 없이 훈련에 참여하기로 한다.

모두에게 미안했지만 마냥 홀로 쉬고 앉아 있을 수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겠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위를 향하는 사람들.

콩당거리는 것이 꼭 어릴 적 100m 달리기를 앞둔 가슴처럼 두근거린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떨림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등강기를 설치하고 몇 걸음 오르는 찰나.

뒤에서 채점표를 들고 있던 강신원 이사님이 나를 향해 왜 배낭을 메지 않냐고 묻는다.

대답을 하려는 순간 부근에서 대기 중이던 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자" "환자"라고 말을 해준다.

사람들의 외침이 마치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로 치마루 암장에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테스트로 떨리는 가슴에 아파서 속상한 마음까지 더해지는데 그 안에 뭔가가 뭉클하게 올라왔다.

대원들의 목소리가 치마바위에 따듯하게 퍼지는 느낌이다.

'괜찮아. 다 잘된다구.'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전 테스트를 무사히 마무리한다.

내 손목 상태를 염려한 최안숙 대원이 약을 한 알 건네준다.

몸이 안 좋으면 쉬라는 이사님의 말씀이 무섭게 들린다.

치마루 암장에서 7차 훈련

오후 훈련이 염려되어 억지로 음식을 입속에 구겨 넣고 있는데 영규 형님이 밥 많이 먹는다며 구박을 한다.

타박을 해도 살갑게 느껴지는 형님의 어투가 밉지 않다.

오후 훈련을 잘 버텼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시 바위를 올려다본다.

다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잘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다.

나만 이렇게 벅찬 건가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하지 않은 PP로프 사용은 긴장을 배가 시켰다.

여기에 힘룽 갈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탄식하는 이사님의 목소리가 바위 자락에 퍼진다.

괜한 자격지심에 움찔하며 하강을 기다렸다.

하늘은 미치도록 파래 쾌하건만 내 마음은 하얗게 시들어 가는 날이었다.

어떻게 오후 훈련과 테스트가 끝났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로 7번째 길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역시나 '사람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나도 그들에게 힘을 보태는 날이 잦아지기를 바란다.

마음으로나마 이렇게 우린 모두 자알 가고 있다고 토닥토닥거려본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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