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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풀 Feb 04. 2022

힘룽 히말 가는 길 6

어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장미공원으로 하산하던 첫 훈련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건만 어느새 가을이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단 한 사람도 같은 시간을 살지는 않는다.

여섯 차례 훈련을 받는 동안 누군가는 꿈이 좀 더 선명해지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여전히 '아이쿠야' 힘들어하기도 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어느 선지자의 말처럼 그저 나의 미래가 내가 처음 목표했던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루하루 이 훈련을 무사히,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함께 하는 이들과 즐겁게 훈련을 누려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기로 한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내가 원하는 내일이 펼쳐지리라는 희망을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감히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마음을 다한 순간이기에 후회 없는 날들이었다.

여섯 번의 훈련을 받는 동안 처음으로 첫날 도봉산 하중훈련은 '소풍'처럼 느껴졌다.

오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대원들과 함께 걷는다던 최기련 이사님의 지휘 하에 우리들만의 하중 훈련인 셈이다.

이래 가지고 무슨 원정이냐며 대원들의 저질 체력을 갖은 타박을 하면서도 이토록 열심히 함께 해주는 연맹 이사님들이 있어 오늘도 고마운 길을 나선다.

더군다나 오늘은 어인 일인지 무전기를 나눠주며 대원들끼리 도봉산을 다녀오라는 것이 이 아니 기쁠 수가?

지난번 훈련이 길었다고 이런 선물을 주는 건가 싶은 착각을 하며 소풍 가는 어린이 마냥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풍경이 보이고 우이암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다섯 개의 봉오리인 오봉이 눈앞에 펼쳐지자 대원들이 서로 인생 사진을 건지려고 폼을 잡는다.

도봉산 오봉에서 바라본 풍경

위치마다 인증샷도 잊지 않고 찍으며 걸어가다 어디선가 음모의 냄새가 풍기더니 낯익은 목소리가 뒷덜미를 잡는다.

TF Team은 다 계획이 있구나.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채찍질하러 달려온 어둠의 손길이랄까?

어쩐지 무전기로 한 번씩 위치를 확인하더라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그렇게 나만의 소풍은 짧게 끝이 나고 신선대를 거쳐 도봉대피소로 하염없이 하산을 했다.

예전보다 많은 것이 달라진 도봉대피소에 들어 무거운 배낭을 풀었다.

텐트 안이라고 생각하며 짐을 정리해보라는 대장님의 말씀을 듣자 저마다 괜히 어수선하다.

공간에 대한 감이 오지는 않지만 어설프게나마 한쪽으로 짐을 쌓아두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김미곤 대장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며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할 말이 무진장 많을 테지만 깊은 밤 대원들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라는 당부를 남기고 자리를 비운다.

도봉대피소에서 카페를 하며 오랜 시간 이곳을 함께 해온 할머니가 이제는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며 아쉬워하는 최안숙 대원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 나온다.

할머니의 편안한 숙면을 위해 조용히 이 밤을 보내야 하는데 술이 모자란 대원들은 기어이 도봉산을 내려간다.

소풍이 끝난 게 아니었구나!

이 어둠을 뚫고 달리려고 신발까지 바꿔 신으며 내치는 남궁만영 님은 기어이 산아래로 내려갔다 오셨다.

젊은 친구들도 따라 달리기 힘들었다는 후일담을 들으며 산중에 시간이 깊어간다.


이튿날은 선인 외벽에서 어센딩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간밤 속이 좋지 않아 힘들어하는 곽노성 선배님의 컨디션 난조가 염려되었으나 말로 전하지 못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외벽으로 향한다.

처음 마주한 외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인수봉을 바라볼 때의 느낌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이곳을 어센딩 하려면 땀 꽤나 흘리겠다.

가을의 끝에서 헬멧 사이로 땀이 또르르 떨어지기를 몇 차례 하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도봉산 어센딩 훈련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외벽에서 쉬고 있던 곽노성 선배님에게 과일 한 조각을 건네는 최영규 선배님의 마음 씀씀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땀으로 젖은 내 한 몸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나를 조용히 꾸지는 것 같아 찔렸다.

드셔도 될까 싶었으나 다행히 기운을 내어 음식을 드신다.

구조대에서 오셔서 어센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훈련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런 살아있는 경험을 접할 수 있을까?

기꺼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눠주기 위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사람들의 여유로운 오름 짓을 보고 있으려니 나만 힘이 드는 건가 돌이켜 보게 된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3번째 코스는 배낭이 벽에 닿아 번번이 헛발질 하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이 짐스러운 데다 발을 엇나가니 힘이 곱절은 들었다.

손이 아니라 발로 가는 거라는 조언이 좀처럼 따라지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장비를 다루려니 힘에 부친다.

지난번 훈련 때 최기련 이사님이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어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이런 정신으로 무장한 준비된 체력이 있다면 이 어려움은 과연 극복될 수 있을까?

한참 모자란 내 실력이 마냥 아쉬웠던 날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사님의 조언을 곱씹어 되뇌어 본다.


'어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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