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06. 재능, Louvre, Paris, 2019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니케 조각상을 보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담았습니다. 저는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을 이때 처음 봤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세계사도 좋아하지만 고대 문명과 예술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의 니케 조각상을 보고는 너무 놀랐습니다. 조각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실루엣에서 느껴지는 모습이 저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들의 모습을 얼른 담았습니다.
그 시대에 이런 작품을 조각할 수 있다니, 니케 조각상은 현대 고고학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로 산산이 조각난 조각들을 섬세하게 붙여 복원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원래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브르를 방문하고는 '재능'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도 옛날 못지않게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 속에서 접하는 콘텐츠면에서 센스 있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되면, 신기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어쩜 저렇게 기발할 수 있는지. 그래도 정말 잘 되는 것은 상위 5%이고, 대부분 재능도 있지만 정말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와 반대로 현실은, 재능은커녕 자신이 좋아하는 것마저도 찾기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많이 해봐야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데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 새로운 것을 할 기회가 오면 뭐든지 다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것을 찾은 사람과 못 찾은 사람의 차이는 굉장히 크더군요.
자기 자신을 잘 알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삶이 루틴 할 때 말고, 위기가 닥쳤을 때 또는 너무 지쳐있을 때, 나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진을 줄곧 찍어왔습니다. 그리고 혼자만 간직하더라도, 제 주변 지인들에게만이라도 줄 수 있는 사진엽서라도 꾸준히 발행해 보고 포스터도 몇 년째 만들어 봅니다. 그러면서 찾은 저의 재능은 사진 찍는 능력이 아니라, 관찰력과 빠른 행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의 퀄리티를 떠나서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과 섬세하게 관찰한 것들을 빠르게 찍을 수는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그 큰 재능 없는 사진들에 이야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도 써보게 되었습니다.
니케 조각상이나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처럼 누가 봐도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면, 그 결과물 안에는 내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큰 재능이 없으니 나의 취향을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에 꾸준히 내 것을 담아 소화해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