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04. 꿈
제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 찍고 나서 결과물을 봤을 때, 매년 혼자 사진엽서를 발행할 때마저도 행복했습니다. 살면서 본 장면 중에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여행 중에 아마 닦지도 못한 렌즈로 급하게 찍은 사진이었지만, 제가 본 그대로를 순간적으로 담은 사진이라서 그마저도 소중합니다.
여유롭게 바다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는 노부부, 그리고 그들의 완벽한 패션, 옆에 잠시 앉은 평화로운 하얀 비둘기까지. 그 모든 것이 제 눈에 완벽하게 느껴졌고 제가 어릴 적부터 그려왔던 제 가족의 미래 모습이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사랑하는 이가 저런 모습으로 미래에 존재한다면, 내 삶은 가장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어렴풋한 머릿속 상상의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있다니, 그저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사진으로 누구나에게 꺼내어 보여줄 수 있다니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가지고 싶은 현재나 미래의 순간들을 꿈꿀 땐 꼭 한 폭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놓습니다. 그 그림이 꼭 현실이 될 것 같이 느껴지고,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지고, 계속 떠올리다 보면 조금씩 비슷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주 작게나마 실현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