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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리치 Mar 23. 2024

나무 문 뒤에 숨은 스위스 소년

사진에세이 #02.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제네바, 스위스(2019)


스위스 제네바의 어느 골목, 버스 안에서 순간적으로 담은 장면입니다. 챙 모자를 쓴 귀여운 소년이 제가 좋아하는 색을 가진 멋진 나무 문 앞에 몸을 숙이고 앉아있기에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기에 아름답고 순수하게 보였습니다.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의 아들 '조슈아'와도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저 정도 나이의 한국아이라면 요새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텐데 왜 저기에 가만히 앉아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를 빤히 보더니 손을 흔들어주었는데, 저도 같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웃어주더군요. 고마웠습니다. 그러곤 바로 몇 초 뒤, 왜 저렇게 앉아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예쁘고 순수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이와 엄마의 애착관계와 유대관계가 어떠한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아이도 엄마도 부러워지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저 때는 아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나도 엄마가 된다면 저런 아름다운 관계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하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순간을 잠시라도 함께 한다는 것이 사랑을 주고받는 것 아닐까요. 잠깐이더라도 바라보는 두 눈빛에 진심이 담기고, 그 표정의 끝에 따스함이 담겨있다면 모든 관계는 사랑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몇 분도 채 되지 않는 한 장면에서도 깊은 사랑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것이겠지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한 순간이라도 진심을 담은 표정과 눈빛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그게 찰나이더라도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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