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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리치 Apr 09. 2024

창밖을 보는 네 여인

사진에세이 #07.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 , Stockholm, Sweden(2018)


스톡홀름, 포토그라피스카 3층 카페에서 담은 장면입니다. 실루엣에서도 느껴지듯이 머리색이 제각각 다른 네 중년의 여인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에 뒷모습을 담았습니다.


영원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친구 사이가 있습니다. 저렇게 늙어가면 참 좋겠다고, 우리들은 저렇게 늙어가자고. 그렇게 예쁘게 다짐했던 말들이 무색해집니다.


각자 인생의 단계를 지날 때마다 감정선, 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친구들과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조용히 멀어졌을 뿐이지만, 다시 연락하기는 문득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영영 멀어진 것은 아닌데, 영영 멀어진 것처럼 느낄 때도 있고, 또 혼자 이따금 가까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시기들을 지나다 보니 친구를, 관계를 최우선시하느라 감정을 다치고 시간을 소비했던 어린 날의 제가 어리석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또 나만 진심이었나 하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시기들이 있었기에 지금 조금은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뭐든지 열과 성을 다해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쏟는 에너지를 다해보니 이젠 이런저런 관계들에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노력하는 사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게 허무했지만, 그런 시간들을 지나니 그제야 진정한 자신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제야 만나는 사람들과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친구가 될 수 있어집니다. 창밖을 보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잠깐의 어색한 침묵을 억지로 채우지 않는, 머리색이 각각 다른 자연스러운 네 여인들처럼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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