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브리치 Apr 17. 2024

빨간 재킷을 입은 마드리드 신사

사진에세이 #09. 명(明), 암(暗)

< 명(明), 암(暗) > Madrid, Spain, 2017


햇빛과 그림자의 각도, 표지판의 방향과 색감, 그 반대쪽의 시선. 

모든 게 조화로운 느낌의 5월 마드리드 어느 골목에서.


밝은 부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그림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마냥 밝고 뚜렷한 색감만을 찍지는 않게 됩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사진의 깊이감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코미디 영화보다는 '조커'와 같은 어둡고 진한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느껴볼 수 없는 내면의 매우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슬픔과 어두움, 그 속에서 허우적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는 이 인생이 단단하고 담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 연민에 가깝게 느끼는 가여운 10대와 20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때마다, 그 앞으로 맞이하는 장애물들이 조금은 덜 크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쉬운 일을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쉬운 일을 할 때 공짜는 없으니 뭔가를 바라지 말고 각오를 하라는 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해낼 때에도 공짜는 없습니다. 그것을 해내고 나면 꼭 보답이 오게 마련입니다. 단단해지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비슷한 것이 마음 안에 움트기 때문입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사진의 깊이감처럼요. 


무언가 어려워서 허우적거리게 될 때는 이렇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아, 내가 또 깊이가 있어지는구나.'




이전 09화 어깨에 앵무새를 얹은 신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