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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리치 Apr 13. 2024

어깨에 앵무새를 얹은 신사

사진에세이 #08. 시선

< 시선 >, Oahu, Hawaii, 2019


하와이의 어느 골목, 앵무새를 어깨에 얹은 자유로워 보이는 중년의 신사를 순간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민트색 칠을 한 그 뒤쪽의 벽면과도 너무 어울리는 찰나였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성격이 업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평상시 성격도 점점 그렇게 변해갔습니다. 습관을 들이니 마음과 몸, 모든 순간들이 조금씩 편해지더군요. 과하게 남을 의식하고 신경 쓰다 보면 그곳에는 '나'는 없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짙어져야 하는 '나'만의 향기가 없어지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신중하고 소신껏 했던 행동과 말도 집에 돌아와 밤새도록 곱씹으며, 당시의 상황과 타인의 의중을 혼자 상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꼭 혼자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네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니? 아무도 네 말과 행동에 그 정도로 관심이 없어' 하고 저에게 툭하고 내뱉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이따금씩 편해지는 것입니다.


자신과 타인을 너무 깊게 의식하는 것을 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깊게 자리 잡는 의식들을 툭하고 흘려보낼수록 여러 시선들에서 점점 자유로워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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