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피지기 Jan 25. 2023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가스라이팅을 하는 이유

엄마가 나에게 원했던 것

가스라이팅을 하는 모든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에게 가스라이팅을 한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자녀를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기 위해서이다.

이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르시시스트에게 자녀의 삶을 건강하게 이끌 능력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말보다도 비언어적인 면에서 배우는 것이 더 크다. 그런데 나르시시스트는 행동으로 가르쳐줄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로 훈계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나의 엄마의 경우에는 주로 '요령 피우지 말아라.', '(공부에) 욕심을 가져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나는 절대로 요령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요령을 피우기는커녕 너무 융통성이 모자라서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다른 뜻으로 생각하기 어려워서 답답할 만큼 눈치가 없었다.

그리고 '욕심을 가져라.'라는 말은 성취욕을 가져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의 경우에는 '욕심'의 수준이 남달랐다.


예전에 항간에 떠도는, 1등을 질투하는 2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등을 너무나 질투한 나머지 2등이 1등을 향해 꾸미는 음모론 같은 이야기 말이다. 재미를 위해 과장된 이야기이겠지만 우리 엄마가 바라는 욕심의 수준은 그런 것과 결이 같았다. 시험에서 한 개만 틀려도 억울하다고 우는 친구가 있다면 아마 대부분은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엄마였다면 아마 그런 친구를 보고는 공부 욕심이 충만하고 바람직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욕심은 있어야 공부하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생각해 보면 부모 자신이 스스로 오롯이 설 능력이 있다면 자녀에게 가스라이팅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자녀는 가스라이팅과 잔소리로 자라는 게 아니다. 부모 자신이 불안하고 능력(독립성)이 없으면 자녀에게라도 의존을 해야 생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자녀가 부모를 의존해서 부모의 말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사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의존하는 것이고 자녀도 자아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부모를 의존하게 되면서 상호 의존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도 부모를 떠나기 어렵고(마마보이, 마마걸) 부모도 자녀를 놓아주기 어렵다.


이런 심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

영화 '4등'에서는 코치와 부모가 모두 아이의 성적에 의존하고 중독되어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의 욕망은 다 '아이를 위한 것'으로 포장하기도 좋고 그 뒤에 부모 자신의 불안도 슬쩍 감출 수 있다. 또 정말로 부모 자신도 그것이 자기 자녀를 위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자녀에게 '욕심을 가져라', '꿈을 가져라'라는 말을 할 때, 그 욕심과 꿈이 부모의 꿈인지 자녀 위한 욕심과 꿈인지를 한 번 더 구분 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