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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by 기면민

먹고 남은 음식들을 하나씩 보관하다 보면 냉장고가 가득 찬다. 가령 재탕에 재탕을 한 된장국이라던가, 시켜 먹고 남은 배달음식이라던가, 호기롭게 샀지만 몇 점 집어먹고 남은 킹스베리 한 박스라던가. 상해버린 음식은 버리고 먹을만한 건 먹다 보니 지금은 어느새 냉장고가 텅 비어 당장 먹을 게 없다.


냉장고는 우리 머릿속과 비슷한 듯하다. 머릿속 생각을 내뱉지 않고 차곡차곡 쌓기만 하다 보면 아무리 좋고 기발한 생각이었더라도 그것이 현실에 최적으로 반영될 시기를 놓친다. 아마도 상대방에게서 늦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 모조리 내뱉기만 하면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부담스럽고 본인의 머리는 텅텅 빌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머리가 비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냉장고든 머릿속이든 항상 적절한 양을 유지한 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딱딱 꺼내 쓰는 것이 최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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