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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1

by 기면민 Mar 26. 2025

 나무를 키우려면 적당한 크기의 화분이 있어야 한다. 뿌리보다 더 크다면 상관없지만 작으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흙은 입자 크기에 맞는 위치에 적절히 넣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뿌리가 썩거나 마른다. 햇빛과 물은 많아서도 안 되고 적어서도 안 된다. 조건이 잘 갖추어졌다면 잎이 무성히 자란다. 충분히 자랐다 싶을 땐 가장 오래된 잎을 제거해야 새잎이 나온다. 새잎마저 나지 않을 땐 가지치기를 해주면 남은 가지가 더욱 뻗어 나간다. 환기가 되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고 그 전과 비교해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기적으로 살충제를 뿌려줘야 하고 정도가 심하면 벌레가 생긴 잎을 전부 솎아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나무 전체에 벌레가 번져 나무가 죽어버린다.


 우리 사회는 나무 기르기와 상당히 유사하다. 주거지는 적당한 크기이거나 커도 상관없다. 하지만 작으면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 인프라, 일자리는 계층별로 적절히 존재해야 한다. 사회를 받쳐 줄 튼튼한 뿌리가 내릴 것이다. 복지는 많아서도 안 되고 적어서도 안 된다. 많으면 일할 의지를 잃으며 적으면 사회가 메말라 버린다. 조건이 잘 갖추어졌다면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 이후엔 노령 인구가 줄어야 새잎의 부담이 덜어진다. 사회가 정체될 땐 핵심 산업 위주로 성장해야 한다. 적자 산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핵심 산업이 더욱 위상을 떨칠 것이다. 사회악은 신속히 색출하여 제거해야 한다. 무고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사회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명백하다. 그러나 나무 가꾸듯 할 수 없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에겐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잎을 자를 때, 가지를 칠 때 나무는 비명 지르지 않는다. 사회는 그렇지 않다. 단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극단적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무가 아니며, 그렇다고 방치하면 몰락한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상호 간의 존중, 타협과 협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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