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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by 기면민 Mar 26. 2025

 시험이라는 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스스로 나가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건강,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시엔 매일 아침 뒷산에 다녀오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귀찮았다. 자의 반 타의 반 등산하는 나의 태도는 불량, 삐딱 그 자체였다.


 어찌어찌 산중턱까지 올라 일명 산스장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중, 명쾌하게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오른쪽을 바라보니 나무 상부에 조막만 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었다. 그때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 하던 나와는 달리 이 미물은 보다 이른 시간부터 맡은 바를 다하고 있었을 터이다.


 난, 산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눈가엔 스스로에 대한 원망, 분노로 눈물마저 맺히는 듯했다. 다짐했다. 딱따구리보단 나은 존재가 되자고. 시험합격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부턴 귀찮음을 이겨내는, 무릅쓰는 존재가 되자고...


 등산할 때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때의 다짐을 되새기곤 한다. 지금의 난, 남들보다 단 한 발자국만이라도 더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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