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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by 기면민

운전하다 보면 기분 좋은 상황, 답답한 상황, 일어나서는 안 됐을 상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기분 좋은 상황부터 살펴보자. 우리가 차선 변경을 하고자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대각 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감속할 때, 반대 상황에서 앞차가 차선 변경 후 비상점멸등으로 감사함을 표시할 때, 우회전 차선에 진입했을 때 앞 차량이 왼쪽 차선으로 비켜줄 때, 우리는 단전에서부터 차오르는 인류애를 느낀다. 이처럼 기분 좋은 상황만 맞닥뜨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8할은 눈앞에서 1차선 정속주행, 끼어들기, 꼬리물기를 마주하고 심하면 보복운전을 당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접촉사고,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만 보면 운전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만 같다. 어색한 사이인 만큼 일정한 간격,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할 때, 상대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센스를 발휘할 때 우리는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다. 그러나 말이 너무 느려 답답할 때나, 말하는 도중 끼어들거나, 말의 꼬투리를 잡거나, 돌연 비속어를 쓴다거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생기면 그만큼 피하고 싶은 자리가 또 없다.


사람의 품격은 언행에서 드러난다. 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신의 품격을 높일 기회를 매번 얻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전, 양보 운전을 함으로써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갈고닦다 보면 차에서 내려 사람과 대면할 때 품성이 빛을 발하지 않을까… 사고가 발생하면 한쪽이 중대한 위반을 하지 않은 이상 모두 손해를 본다. 사전에 상호 간의 예의를 지킴으로서 도로 위나 인연 속에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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