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러닝, TransJeju 50km
때는 지금으로부터 8개월 전, 즉 2019 동아 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PB ( Personal Best, 개인 최고 기록)의 대한 의욕으로 몸과 마음 모두 달리기 훈련에 집중하고 있던 2월이었다.
작년 (2018년) TransJeju 50km 우승자인 친구를 통해 그 대회에 대한 소식은 직,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었는데, 2019년도 모집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최되는 시기는 10월이니까 가을이고, 한라산 전체가 색바꿈을 하고 있을 그 절경과 가을 하늘의 맑고 높은 하늘 아래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윗세오름을 달리고 있을 내 모습에 대한 상상, 그리고 일반적인 등산코스로 다녀왔을 때보다는 덜 지루할 것이 분명한 하산 과정을 (물론 인스타그램 올릴 또 한 번의 경험 공개까지) 모두 생각해보니, 50km라는 물리적 거리와 해발 1,947.269m의 높이에 대한 안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고 실제로 산세가 어떠할 것이며 그곳을 내가 달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파악이 어려웠다. 일단 참가 모집이 시작되자 참가 양식을 작성하고 결제를 완료했다. 결제 완료 (참가비(50km) 13만 원) 알럿을 받으면 항상 실감이 난다. 지불을 할 땐 항상 두 번 이상 생각하려고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부분이니까 이에 대한 자동 반사로 온몸의 신경이 깨는 것 같다고나 할까? 실체적인 느낌이 퍼지기 시작되었다.
5월이 되었다.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그간 성공적인, 낭패적인 여러 가지 달리기 대회들을 참가했고, 그리고 장기간 휴가를 계획 중에 있었으며 달리기 권태기에 접어들고 있었으므로 다시금 50km의 거리를 산 봉우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포기함으로 인해 오는 패배감 보다도, 그냥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회 취소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더위로 인해 달리기 연습이 싫아졌기 때문이다. 해서 다시 사이트를 찾은 순간 알게 된 사실인데 ‘대회 규정상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는 것 아닌가.(양도는 가능). 이러한 이유로 먼저, 환불 규정을 확인하지 않는 내가 미웠고, 환불이 당연하지 못한 주최 측이 미웠다. 즉 이대로 참가비를 포기할 것인가 그렇다면 미리 사놓은 (또한) 거금의 트레일 러닝용 백팩 (하이드레이션 백팩 – NATHAN) 생각이 짧았던 내가 살짝 미워졌다. 양도자를 찾는니 차라리 계획한 대로 다시 연습을 하는 수밖에.
맛보기를 위해 6월에 10km 구간의 하이원 트레일 런 경기를 참가했었는데, , 오르막은 걸어야 하고, 내리막에서 질주를 해야 하는데 트레일 러닝화를 신지 않고 달려서 그런지 한쪽 중간 발톱이 까맣게 변했다. 트레일 러닝화( Altra Lone Peak 4)를 사라는 계시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제주행 왕복 비행기표까지 결제도 마무리했으므로 한 상황에서 장비 구매 가격까지 합쳐지니 이제 더 이상 꾀부릴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나게 된 것이다. 7월 바닷가, 8월 장기 휴가 등으로 많이 달리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거리를 늘려간 것은 9월, 철원 DMZ half marathon으로 시작했다. 여름 내내 여러 가지 야외 활동으로 온몸은 정말 새카맣게 타서 훈련을 많이 한 것처럼 보였지만 훈련은 거의 없었고, 다시 시작한 하프 마라톤에서 몸의 처짐으로 깨달았으며, 이 느낌을 지우고자 그다음 주말부터 서울 둘레길 1구간부터 4구간 영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 둘레길은 한라산 보다는 완만했으므로 트레일 러닝 맛보기로 적합하다. 서울이라 지하철로 다니기도 용이하고, 구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서울 여러 측면으로 다니므로 재밌다. (장거리 달리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으나, 흥미 없이 시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음) 거리를 늘려갈수록, 함께 달린 사람들의 격려와 함께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TransJeju 대회 2주 전에 다녀온 태안 해안 둘레길에서 34km을 4시간 40분 만에 달렸을 때, 그때 까지만 해도 달리기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맛보게 되자 50km를 예상했을 때 8시간 완주를 예측했었다.
서귀포 종합 운 종장 출발로 고근산을 통과> 돈내코 탐방로> 윗세오름 갈림길 > 성판악 탐방로 > 다시 고근산 > 서귀포 종합운동장까지 한 바퀴를 돌아오게 되니 저 거리가 나온다. 윗세오름에 도착하면 약 28km 정도 거리를 달린 것 같고, 이때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라 뛰기는 불가능이고 앞서가는 사람들을 쫒아 가느라 바쁜 걸음이었다. 시작에서는 무사히 완주 기원에서 중간이 지나고 나니 첫 대회 기록 단축 욕심이 생기는 것은 모든 러너/ 운동선수 등의 (모든 인간의) 본능인 것 같다. 30km부터는 내리막인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돌길. 울퉁불퉁한 길의 연속이라 전속력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래서 등산용 스틱이 필요한 것일까?! 앞서가던 사람들을 제치는 재미로 속도를 올리려고 해도 돌길에서 내딛는 발의 위치와 돌의 면적에 대산 계상 착오로 넘어질 번 한 적은 수십 번 이상이고 실수도 많아 발목을 접질리고 넘어지기 일수였다. 돌길이 관건이었던 것이다. ‘이 돌길 만 끝나면 흙길이겠지’에 대한 생각만으로 무려 20km 이상을 달렸던 것 같다. 걸으면 쳐질 까 봐 달렸고, 계속해서 접 지르는 발목과, 신발끈을 꽉 조여 매었는데도 불구하고 신발과 앞 발가락의 마찰이 심해져 달리는 내내 길에만 온전히 집중을 했어야 했다. 점입가경으로 마지막 약 5 ~6km를 남겨두고 또 하나의 ‘작은’ 언덕을 넘으면서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내가 달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보다 먼저 가고 싶고 결승점이 코앞이라는 생각과 그리고 9시간 이내 완주를 생각하며 나아갔던 것 다. 결승점 약 2km를 남짓한 평지에서도 난관이었던 것은, 내리막에선 중력에 의해 몸이 저절로 흘러가는 것처럼 움직여지는 것과 다르게, 평지가 되자 지구의 중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니 이 내 터덜 터덜 하고 뛰는 건지 걷는 것인지의 중간 속도밖에 나오니 않던 것이다. 고통의 눈물 1방울이 떨어질 듯 말 듯하였던 것 같다. 100m 남겨두고 종합 운동장 들어가는 입구의 신호등에서 보내야 했던 60초 동안 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달려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손끝을 깨물었으며, 신호등이 바뀌자마다 전력 질주를 했다. 그럼에도 결국 9시간을 넘기고 7분을 더 사용한 시간으로 제주 한라산 50km 대장정을 마치게 되었다. 눈물은 다시 쏙 들어갔고 그저 바닥에 앉아 그렇게 몇 분동 안 일어나지 못했었고, 앞으로 다시는 트레일 런을 도전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가졌지만, 몇 주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선, 다시 도전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보니 아마도 2020년도에 도전을 할 것 같다. 100km 이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이로움과 무모함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서.
** 백팩에는, 에너지 젤 3개 (카페인 50mm 포함된 에너지 젤), 양갱, 에어지 바, 물 2L, 물컵, 바람막이를 가져갔는데, 가져갔으면 좋았던 것으로는 양갱 몇 개 더, 그리고 접이 가능한 물컵 그리고 등산스틱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