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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Jan 29. 2021

자식의 스펙에 목숨 걸 수 있나요?

먹고 살기가 바빠서... 

며칠 전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교수가 1심에서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그 시절 자식의 스펙에 목숨을 걸었던 이땅의 많은 부모들을 대신해 정경심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건가요."


헐.

헐.

헐.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캡쳐

이것은 진정 민주당 주류 정치인의 보편적 인식일까?

이것은 진정 시대를 읽었던 전직 기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밥벌이 하던 네이버 부사장, 그리고 공정을 기치로 내걸었던 문재인정부의 첫 홍보수석이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인가?


윤영찬, 조국 같은 586 초엘리트 그룹은 그 시절, 그니까 1990~2010년 사이 즈음 자식 낳아 기르면서 그랬을지 모른다. 아빠는 바깥에서 돈과 명예 쌓고, 나름 비슷하게 초엘리트였으면서도 '여자가 애 낳고 무슨 회사야!'란 구시대적 가치관에 발목잡혀 집안에 눌러 앉은 엄마들이 자식 스펙 쌓기와 부동산에 몰두했던 그 시절. OO맘들이 유행하고 강남의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그 주역들. 그들이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그 시절에 안 그랬던 사람 있으면 나와봐.'


60년대에 태어난 사람 중에 대학물 먹은 사람이 30%, 대학물 먹은 사람 중에도 윤영찬, 조국 같은 비단길 걸은 사람은 얼마 안 된다. 자식 스펙에 목숨 걸고 싶어도 먹고 사는 일이 바빠 그럴 수 없는 이들이 태반이다. 오히려 먹고 사는 일에 덜 치일수록 축적된 사회적자본이 많아 전화 한통으로 인턴 자리 마련해주고, 아는 사람에게 인턴 증명 허위로 받아내는 따위를 시도도 할 수 있다. 꼭 비단길 걸은 사람 아니라도 자식 봉사활동 자리를 알아봐준다거나, 자기소개서 작성을 거들어준다거나 하는 등의 일에 관여 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이런 것도 586강남 부모들의 관행이 목동 부모들에게, 중계동 부모들에게 옮겨간다. 황새를 좇는 뱁새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그 시절이 안 그런 부모 있으면 나와'라고 하면 뱁새들 사이에서조차 명함 못 내밀 부모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엄빠가 흙수저라서 미안해라는 말밖에 못한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란 사람의 이토록 편협한 인식, 유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다. 

조국을 대변하는가, 

586 기득권을 대변하는가, 

이름 없는 장삼이사를 대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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