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백수 이야기
선거에서 떨어진 국회의원은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만도 못하다는 얘기는 여의도 격언이다.
백수가 된 전직 국회의원 C와 우연히 2차 자리에서 만났던 날이다. 소수당 소속이나 개개인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기도 한 국회의원으로 보자면 300명 몫 중 2-3명 몫은 거뜬히 해낼만한 인물이 아무런 소속 없이 당장의 내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전직 국회의원 L. 보궐선거로 그토록 앙망하던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재선에 실패하며 백수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2020.6.17
백수가 된 C를 만났다.
나라에 대한 비관과 애정, 애증을 넘나드는 마음을 보았다.
2021.1.6
L의 전화. 연봉 좋은 어느 자리에 간다고 들었는데 여태 진척이 안 된 모양이다. 국회 윤리심사위 위원 중 한 명과 나의 친분을 듣고 내게 부탁을 하려 전화했다.
"잘 되면 저녁 한 번 사겠다"고 했다. 하... 백수 삶에 그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더랬다. 나의 백수 시절에 수 놓인 그의 선의는 한 조각도 기억이 없다. 재선에 실패한 사람에게 후배가 전화를 해서 위로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라 나는 하지 않았다. 그의 백수 생활도 1년을 향해 달려가는 이 즈음에 내게 전화해서 도움을 호소한다.
염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돈 앞에 장사 없는 현실을 인정하자니 씁쓸하다. 돈 앞에 장사 없어도 가오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위원인 선배에게 전화해 심사에 대한 조언을 꼼꼼히 듣고 L에게 전달했다. '인정머리 없는 년'이란 말을 들을 필요도 있는데, 난 왜 그러지 못하는가. 괜히 내 머리카락만 쥐어 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