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를 향한 평온

페이크 다큐, 사람극장

by 산문꾼

#오프닝 드론으로 지리산 전경 롱숏 #해뜨는 장면


경상남도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의신마을이 나옵니다. 마을은 100가구가 조금 넘으며, 고랭지 채소와 무공해 농산물을 업으로 하고 있어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를 만나러 왔습니다. 마을에서 5km 정도 더 올라가면 작은 오두막이 보여요. 외딴 마을에서 더 외딴 집에 홀로 살고 있어요. 귀농 유튜버 지리산 조연인 님 입니다.


김성철(49) 씨는 먹방 유튜버입니다. 자연에서 채집한 재료에, 기가 막힌 조미료의 배합을 보여 주어 왔죠. 사람들은 그를 조미료 자연인. "조연인" 으로 부릅니다.


-리포터: 조연인님 안녕하세요. 최소한의 조미료를 통한 건강한 생존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조연인: 무슨 인기여.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그래도 조미료 후원에 굶고 살 일은 없겄어 허허.

-리포터: 본인이 만든 음식 중에 Top3를 꼽자면?!

-조연인: 음… 두릅피자, 뱃속을달래국, 산딸기장아찌?

-리포터: 두릅피자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무슨 두릅 가지고 드립 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지쳐 누워있는 제작진 줌 인(zoom in)

#카메라 이동하여 자연인과 리포터 클로즈업 (close up)

#엔딩 드론으로 해지는 장면과 산기슭 롱숏


도시였으면, 30분이면 끝났을 식사가 온종일 걸렸습니다. 채집부터 불을 지피고, 요리까지. 자급자족과 함께한 하루는 심심할 틈이 없었습니다. 도시를 떠난 제작진도 오늘만큼은 자연인이네요.


-리포터: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구독자도 많으시고, 대기업에서 광고 제의도 많이 오신다는데, 왜 다 거절하세요?

-조연인: 그냥 이정도 만으로 충분해. 조미료가 넘치니 어지간한 요리 다하지. 이런 오지에 5G까지 터지니 오지게 좋아. LG U+ 짱.

-리포터: 갑작스러운 광고는 안 됩니다. 이건 자를게요.

-조연인: 조미료 넘치는 걸로 충분해. 이거보다 더 넘치면 탈 나.

-리포터: 아..일종의 균형 같은 건가요?

-조연인: 그려. 카메라를 끄면 그때부턴 진짜 자연인이거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겨. 일종의 연습이지. 어차피 삶이라는 게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여? 해탈한 척 한번 해봤는디 이정도면 됐어?

-리포터: 네. 좋네요.



#오두막 앞 화로 클로즈업(close up)


로마제국의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알려진 세네카는 정치인, 철학가, 작가입니다. 그 당시 누구보다 명성을 떨쳤고, 출세한 인물이죠. 그는 자신의 마당 한구석에 3평 남짓 한 작은 오두막을 지었어요. 세네카는 좋은 저택을 내버려두고, 그곳에서 주기적으로 먹고 잤다고 합니다. 모든 걸 잃었을 때의 상황을 연습하며, 가진 자의 불안을 내려놓았던 것이지요. 조연인의 균형,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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