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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문꾼 Jul 20. 2019

의미가 길이 되려면

「순간의 힘」 서평

Photo by John towner on unsplash 

긴 글이라 읽기 편하게 나눠놨습니다. (①Intro ② 고양 ③ 통찰 ④긍지 ⑤교감)



①Intro


 궁극적 행복이 있을까. 행복을 추구해 온 인간은 한편으론 의심도 함께 해왔다. “파랑새 증후군”이 이를 잘 보여 주는데, 이 증상은 현재의 일에 무심한 채 어딘가에 있을 행복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사실 삶은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으며, 기쁨의 정점에 있는 순간보다 그냥 그런 순간이 더 빈번하다. 하지만 우리는 파랑새를 위해 오늘을 견뎌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나중을 위해 행복을 미루는 것이 생각보다 유익하지 않자, 오늘만을 즐겨야 한다는 형태의 행복이 등장했다.(#욜로#소확행). 하지만 탕진을 재밌어하며 (#탕진잼) 골로 간 사람을 보아하니 마땅한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결국 정신승리에 불과했다.      


 행복을 잣대로 비교하는 일은 잠시 미뤄둘 필요가 있다. 오히려 오늘 느낀 정서가 긍정적이든 고통스럽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더 지혜로울 것이다. 하지만 의미는 대체적으로 운에 맡겨진다. 『순간의 힘, 칩 히스, 댄 히스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2018』은 이러한 운명에 도전한다.       

   

 결정적 순간이란 우리의 기억 속에 유난히 도드라지게 새겨진 의미심장한 경험을 가리키는데, 보통은 그중 상당수가 운에 좌우된다. (중략)이 놀라운 순간들은 마치 숙명이나 행운, 또는 보다 위대한 권능이 개입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통제하거나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결정적 순간은 정말 ‘우연히’ 발생하는 것일까?          


『순간의 힘』에서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삶의 의미이며, 여러 과학적 연구들을 근거로 의미는 의도할 수 있는 무엇이다. 더 이상 의미가 우연히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 의미는 기획되어야 한다.        

 순간은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순간들을 단순히 우연의 손에만 맡긴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칠 것인가. (중략) 이 모든 것이 약간의 계획과 통찰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책은 순간의 힘을 창조할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다.          

      

 ② 고양 -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진다.     

 

 “인간 본성 재판”은 1989년에 사회과목 교사였던 그레그 저릴스와 영어교사 수전 베드퍼드의 작품이다. 학생들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고, 2달 동안 준비하여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골딩의 재판을 재현한다.  학생들은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한다. 변호인은 역사와 문학 분야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견해를 수집하며, 증인 역을 맡게 되면 인간 본성의 질의에 대답하기 위해 치밀한 조사와 사전 연습을 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열정과 활력을 갉아먹는 ‘적당히’를 경고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인간 본성 재판은 순수하게 그들의 선택이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힘들고 귀찮게 정치적이고 논리적인 장애물을 무수히 넘어야 했다.(스쿨버스 여러 대를 동원해 학생들을 법원에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 특히 한 학기 예산에 그런 현장학습 항목이 없을 때 말이다.)         

  

 적당한 마음은 당장이라도 부셔버리고 싶지만,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기에 하루아침에 그러지도 못한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늘어난 것에 불과했으며, 일터에는 항상 그보다 훨씬 긴요한 일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일을 벌였다는 취급과 함께 책임은 누가 지느냐의 냉소로 변한다. 사실 거대한 회사 앞에서 개인은 개인일 뿐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하고 (#면책), 담당업무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는 늘 있다. 나태해 보이지만 면책만이 살길이며, 담당자를 바꿔주겠다며 다른 부서로 돌리는 전화는 결국 처음 받은 사람에게 가는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 고양을 직접 창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순간의 힘』을 통해 고양을 경험한다면, 응원할 수 있는 눈이 떠질 것이다. 더 이상의 냉소는 없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 아참, 인간 본성 재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증인들은 진짜 고등법원의 증인석에 섰고, 학생 변호인들은 양복을 입고 청중들 앞에서 설전을 벌였다. 방청객들은 간디의 반대신문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 드디어 배심원의 판결이 내려졌을 때 “-피고는 무죄입니다!” 아이들은 함성을 내질렀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③ 통찰- Not 잔소리, but 깨달음.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경찰에게는 경찰의 방식이 있고, 어부에게는 어부의 방식이 있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어떤 분야에서 그가 아무리 잘났다 할지라도, 이것은 오만 일 수 있다.           


 <영국 의학저널>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였다. 저널 창간 이래 발생한 의학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 사건은 “위생 혁명”이었다.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야외에서 배변을 처리하며, 이들은 질병과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변기는 당연한 게 아니다. 1999년 워터 에이트는 당연함을 채워주기 위해 카 박사를 초청했고, 그는 방글라데시에 갔다. (#방글라데시 화장실 프로젝트)   

  

 과연 사람들이 박사님의 똑똑함을 칭송하며, 이 프로젝트를 황송해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아무도 변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왜 변소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왜 거기서 똥을 싸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집 보다 더 깨끗한데요.’ 카 박사는 야외 배변이 설비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임을 깨달았고, 지역공동체 주도 통합 위생개선 프로그램(CLTS)을 개발했다. CLTS 진행자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반드시 냉정하고 중립적인 질문만 던질 뿐.     

“음식에 파리가 앉아 있는 거 보신 적 있죠?그러면 음식을 버리시나요?그럼 여러분은 뭘 드시게 되는 거죠?”     


 진심 어린 조언과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진심이 잔소리에 불과하면, 진정 어린 마음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진실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라고 말한다. CLTS 진행자가 마을 주민들에게 강연을 했다면, 또는 위생보건과 관련된 사실과 숫자와 데이터를 보여줬더라면 그들의 일은 훨씬 쉽고 간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발생한 내적 통찰의 위력은 그보다 훨씬 강력하다.               


④긍지 어떻게 쌓이고, 어떻게 불 붙일까?     


 열심히만 했더니, 나는 오늘도 그냥 열심히 살고 있다. 긍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영역이다. 열심히가 위험한 이유는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20kg 감량하기, 짬 내서 스페인어 듣기, 1달에 책 1권 읽기는 우리를 갈팡질팡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 후회스러운 접속사는 애매한 목표로부터 온다. 20kg 감량하기라는 애매한 목표는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애매한 후회를 남기고, 결국엔 “녹차는 지방분해에 유용하다”는 인지부조화와 함께 후식으로 그린티 라떼를 먹게 되는 그런 경우랄까.  

출처: 위기탈출 넘버원  '설마  디저트 먹다 죽는건가?'

       

 저자가 설명하는 캄의 레벨업 전략은 긍지를 쌓을 수 있는 유용한 장치이다. 캄은 그의 저서에서 사람들이 게임의 어떤 구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레벨업 때문이며, 레벨은 구체적이며 눈에 보인다. 캄은 그것들을 이정표라 말하며 우리는 기록을 통해 이정표를 재현할 수 있다. 청소년 농구팀 아이들이 6개월 전의 자신의 경기를 녹화한 영상을 보게 되면, 본인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때만 해도 왼손 드리블을 못했던 내가 이렇게 발전했다니.” 얼마나 멋진 긍지의 순간인가.      


 긍지가 타오르는 것은 점화된 용기(courage) 덕분이다.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민주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이 가치들은 자연히 일어난 게 아니다. 의도적으로 얻은 것이다. 저자는 1960년 2월에 일어난 내슈빌 연좌시위(Sit-ins)에서 똑똑한 용기의 교훈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국가 미국에서 흑인들은 차별받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식당들이 그들의 출입을 막았고, 주문을 받지 않았다. 이에 흑인들은 연좌시위를 통해 그들의 권리를 침묵으로 대항했다. 꽉 찬 식당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었다.          

흑인들은 백인 청년들로부터 야유를 받거나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폭력사태를 진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은 흑인 학생 77명을 배회 및 치안 문란 행위로 체포했다. 반면에 흑인 학생들을 공격한 백인은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          


 거대해진 부조리 앞에서 열정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단, 그들의 열정은 차가웠기에 지속 가능할 수 있었다. 감리교 목사인 로슨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배우고, 엄격한 규율을 통해 시위자들을 훈련시켰다.      

그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어떻게 배회 금지법을 피할 수 있을지, 간이식당을 어떻게 질서 정연하게 들락거리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대타를 세워야 하는지, 심지어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가르쳤다.        

   

 결국 이렇게 시작한 용기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간이식당들의 인종차별 대우 폐지에 큰 공헌을 했다. 용기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지금껏 세상은 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식의 친절하지 않은 진리만 제공했었을 뿐.           

 

  ⑤교감  이 모든 걸 함께 하는 순간


 교감은 서로가 연결됨을 느끼는 순간이며, 우리는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완성한다. 프로바인 박사는 웃음이 개인적인 상황보다 사회적 맥락에서 30배 이상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웃는 순간 일일이 기록했는데, 웃음을 일으키는 유머는 코미디언이 웃기는 거에 비하면, 굉장히 소소했다. 

프로바인의 결과에 따르면 웃겨서 웃는다기 보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다. 웃음을 터트림으로써 실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와 같은 의견이야. 나도 너와 같은 집단이야. "      


 그렇다면 고통은 어떨까? 시갈라타스라는 인류학자는 2가지의 힌두교 의식을 연구했다. 하나는 낮은 고행이었는데, 힌두 사원 안팎에서 몇 시간 동안 기도드리고 찬송을 읊는 것. 또 하나는 가혹한 고행이었다. 온몸에 바늘과 꼬챙이를 꽂고 무거운 대나무 구조물을 지거나, 피부에 갈고리로 수레를 연결해 4시간 동안 산꼭대기에 있는 사원까지 그것을 끌고 올라갔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신도들에게 질문지를 주었고, 이틀 치 일당에 해당되는 200루피의 돈을 주겠다고 했다. 받은 돈은 사원에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었다. 낮은 고행을 치른 신도들은 평균 81루피, 높은 고행을 치른 신도들은 133루피를 기부했다. 흥미로운 점은 높은 고행을 목격한 제3의 집단의 행동이다. 이들은 직접 고행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했지만, 두 집단보다 훨씬 높은 161루피를 기부했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고통의 인식 정도에 따라 고행 참가자들의 친사회성 또는 타인을 돕는 자발적 행동이 증가한다. 

    

 집단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창조하는 순간, 구성원들은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된다. 내가 속한 집단은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 중인가.      


Photo by Jimmy Chang on Unsplash



※ 긴 호흡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다니,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너무 길어 OUTRO는 뺐습니다.)

※ 다음의 색깔 적용(초록색)은 제 생각이 아닌 발췌문 및 인용문입니다.

※ 구독과 좋아요와 댓글을 통한 피드백은 큰 힘이 되며, 또 다른 개운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순간의 힘, 칩 히스,댄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2018,  「김연수, 소설가의 일」, 위키백과: 파랑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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