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가치 그리고 씁쓸한 멜로디
학창시절 때, 겨울이 되면 꼭 틈만 나면 창문에 서린 습기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창가자리를 좋아했거든.
운동장에서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구경거리도 많고, 겨울이면 어김없이 내부의 열기로 습기가 뽀얗게 차오르면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콩! 한번 찍고, 그 찍힌 도장 위에 검지로 콕,콕,콕,콕 네번을 찍으면 짜잔-.
발자국모양이 만들어져서 뒷자리서부터 앞자리 끝까지 새겨 넣을 수 있는만큼 그 발도장을 만들어 찍어내곤 했지. 눈. 겨울을 싫어하지만 내가 좋아하던 몇 안 되는 요소들 중 하나.
가만히 노을이 져가고 어둑해질 때 쯤이면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내 시야의 초점이 렌즈를 갈아끼우듯, 크게 붙은 함박눈 한송이가 떡- 하니 보일 때가 있었어. 나는 뭔가에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좀 관찰을 자주 하는 편이었거든. 멍하니 생각하면서 말야.
겨울을 참 싫어했는데, 솔직히 아마 이쯤부터인가 눈이 좋아지기 시작했을 수도 있어.
가만히 툭 하고 떨어져 창가에 붙은 커다란 눈 한송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더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저 솜뭉치 같아보이기만 했던 눈 알맹이들이,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완전히 겨울왕국의 눈꽃요정 왕자님처럼 보일정도로 기묘하고 신비롭게 아름답지 뭐야.
스스스- 녹지 않고 조금씩 더 얼어붙어가면서 이어지는 결정체의 모습이, 선이 선끼리 맞닿아 늘어나고 있었어.
산타크로스, 선물, 노는 날을 연상케 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한 건 유치원때 그때를 말했을 때가 고작이었다.
아니 사실, 계속 좋아했지만. 크리스마스만 되면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새아빠와 재혼했어도. 정말 망가진 삶을 살았기에, 엄청난 우울증으로 괴로워 했었어. (폭설사건 이전이다.)
그래서 좋아도 좋아할 수가 없었는 게. 12월의 끝자락만 다가오면 엄마의 히스테리가 좀 아니 많이 심해져 모두가 학대받는 느낌처럼 괴로웠었으니까. 그러다보니 덩달아 크리스마스가 되면 속으로는 설레면서도 반대로는 너무 싫은 날이었지.
학교에서는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씰, 카드 등을 사라고 선생님들이 유도하곤 했는데 뭐 그런쪽엔 별 관심이 없어서 패스.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시간이 나는 가장 좋았다.
좋아하는 반짝반짝거리는 색색별로 놓여진 예쁜 컬러 젤 볼펜들로 열심히 꾸미고 자르고 붙이고 그리고. 만들기 꾸미기 이런 걸 한창 좋아했던 나이라, 심히 몰두해서 반에서 가장 예쁘게, 카드를 많이 만들어 친구들에게도 마구 나누어주었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