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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림 Dec 17. 2024

눈 한송이의 모습, 크리스마스 멜로디 카드

존재의가치 그리고 씁쓸한 멜로디






눈 한송이의 모습




  학창시절 때, 겨울이 되면 꼭 틈만 나면 창문에 서린 습기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창가자리를 좋아했거든.

  운동장에서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구경거리도 많고, 겨울이면 어김없이 내부의 열기로 습기가 뽀얗게 차오르면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콩! 한번 찍고, 그 찍힌 도장 위에 검지로 콕,콕,콕,콕 네번을 찍으면 짜잔-.

  발자국모양이 만들어져서 뒷자리서부터 앞자리 끝까지 새겨 넣을 수 있는만큼 그 발도장을 만들어 찍어내곤 했지. 눈. 겨울을 싫어하지만 내가 좋아하던 몇 안 되는 요소들 중 하나.

  가만히 노을이 져가고 어둑해질 때 쯤이면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내 시야의 초점이 렌즈를 갈아끼우듯, 크게 붙은 함박눈 한송이가 떡- 하니 보일 때가 있었어. 나는 뭔가에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좀 관찰을 자주 하는 편이었거든. 멍하니 생각하면서 말야.

  겨울을 참 싫어했는데, 솔직히 아마 이쯤부터인가 눈이 좋아지기 시작했을 수도 있어.

  가만히 툭 하고 떨어져 창가에 붙은 커다란 눈 한송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더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저 솜뭉치 같아보이기만 했던 눈 알맹이들이,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완전히 겨울왕국의 눈꽃요정 왕자님처럼 보일정도로 기묘하고 신비롭게 아름답지 뭐야.

  스스스- 녹지 않고 조금씩 더 얼어붙어가면서 이어지는 결정체의 모습이, 선이 선끼리 맞닿아 늘어나고 있었어.

[그때 든 생각은, ‘그저 아무관심 없이 봤던 눈 한알맹이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대단히 신비로운 과정들을 거쳐 탄생되는거구나.’였어.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 ‘이 작은 눈 한송이도 신비롭게 아름답고 가치있어 보이는데, 하물며 나는 대체 무얼 위해 태어난 존재일까.’하고. ‘나는 과연 아름다울 수 있는 존재일까, 쓸모있는 존재일까.’ 하고.

그날 그런 생각이 든 밤, 참 시리고 스산하고도 우중충한 마음으로 잠을 자야했어.]







크리스마스 멜로디 카드


  산타크로스, 선물, 노는 날을 연상케 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한 건 유치원때 그때를 말했을 때가 고작이었다.

  아니 사실, 계속 좋아했지만. 크리스마스만 되면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새아빠와 재혼했어도. 정말 망가진 삶을 살았기에, 엄청난 우울증으로 괴로워 했었어. (폭설사건 이전이다.)

  그래서 좋아도 좋아할 수가 없었는 게. 12월의 끝자락만 다가오면 엄마의 히스테리가 좀 아니 많이 심해져 모두가 학대받는 느낌처럼 괴로웠었으니까. 그러다보니 덩달아 크리스마스가 되면 속으로는 설레면서도 반대로는 너무 싫은 날이었지.

  학교에서는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씰, 카드 등을 사라고 선생님들이 유도하곤 했는데 뭐 그런쪽엔 별 관심이 없어서 패스. 대신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시간이 나는 가장 좋았다.

  좋아하는 반짝반짝거리는 색색별로 놓여진 예쁜 컬러 젤 볼펜들로 열심히 꾸미고 자르고 붙이고 그리고. 만들기 꾸미기 이런 걸 한창 좋아했던 나이라, 심히 몰두해서 반에서 가장 예쁘게, 카드를 많이 만들어 친구들에게도 마구 나누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도 카드를 써써 보여드렸는데, 엄마는 우울증이 심해 별 반응이 없었어.

그 뒤로는 만든 것을 주지 않고 매번 문구점으로 향했지. 크리스마스 멜로디가 나오던 카드. 내가 멜로디 카드를 그 뒤로 사서 주었던 이유는, 내가 느끼는 슬픔을 전달하고 싶어서였어. 뭔가 설레지만 구슬프게 들렸던 징글벨 멜로디. 동시에 노래소리라도 나오면 엄마가 조금은 반응하지않을까 해서였어. 지금은 멜로디카드가 싫어. 그 때의 구슬펐던 내마음이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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