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대변해주듯
내가 처음 본 바다. 제주도. 하필 처음 봐도 본게 청명한 제주도 바다라니, 지금은 굉장히 흡족하네. 참 겨울 바다를 좋아했어. 왜인지 알아?
바람은 쎄지만, 폭설사건 전이나 이후로도 겨울 바다를 보고 있자면, 왜인지, 말로 표현 못하는 모든 아픔을 그토록 쎈 바람이 싹 걷어가주는 것만 같았어.
집에서 고작 10분정도만 앞으로 걸어나아가면 늘 바다를 볼 수 있었거든. 집 거실 베란다에서도 멀리 보이던 바다였으니까.
바다의 바위들은 심히 뾰족하고 날카로웠지만, 그 때의 내 몸둥아리 컨디션은 날아다닐 기세였으니, 한참을 마구마구 바위들을 헤치고 뛰어가서 파도가 부딪히는 코앞까지 가서 몰래 몇번 소리도 지른적이 있어. 그렇게 밖에는 내 상처를 표현할 길이 없었어.
겨울 바다는 유독 어둡고 캄캄해 보이더라. 그렇지만 바다가 바위에 부딪혀 파도가 칠 때면 새 하얗게 변하지. 내 마음도 꼭 그런 것만 같아서 늘 바다를 보러 나가는 것을 좋아했었어.
사람을 제외한 나의 두번 째 유일한 친구는 겨울 바다였다. 왜 다른 계절의 바다는 안 좋아하냐고? 아니, 다 좋아하지만, 유독 차가운 바람에 시원하게 강렬히 부딪혀대는 파도가 꼭 상처를 소독해주는 것 같아서 유독 좋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