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으면 녹이는 법도 있다
단연코, 단 한 번도 나의 인생 경험상으론 녹아내려 본 적이 없는 계절이다.(1년전까지는.) 30대가 되어 불면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너무 힘들어 할 때, 계속해서 다니던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어느날 이렇게 얘기 해주었다.
“원래, 겨울이되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다 움츠러들어요. 그건 당연해요. 기압골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잖아요. 진짜로 영향받아요. 저도 지금 겨울이되니 우울해지는 걸요.”
맞아. 나뿐만이 아니라 겨울은, 참 시리게도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근데, 그렇다고 겨울만되면 정말 조울증처럼 동굴속으로 들어갈 수 만은 없는 일이잖아. 그래서 나와 엄마는 촛불을 킨다. 장작을 핀다. 노란 불빛을 내는 난로히터를 킨다.
노오란 무드등을 킨다. 보일러를 한동안 잠시 풀가동 시켜놓고 거실에 따뜻함에 겨워 나뒹구는 고양이들을 안고 쓰다듬고 같이 뒹군다. 따뜻한 욕조에 좋아하는 아로마향 입욕제를 넣고 뜨뜻하게 몸을 담구고, 땀을 빼고 나와서 내가 좋아하는 바디미스트를 뿌린다.
그러고는 충분히 데워놓은 전기장판과 좋아하는 바스락거리는 겨울이불을 잔뜩 뒤집어 쓴다. 밖으로 나갈 때는 나는 때 타기 싫어 까만 패딩만 고집하지만 목도리는 색깔이 쨍한 것을 하고 나간다. 밝은 노래를 듣고, 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