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공황장애
제주도는 바람이 쎄도 너무 쎄고, 서울은 높은 빌딩 건물이 많아서, 유독 건물이 많은 곳에 가면 겨울에 부는 차가운 칼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알아?
진짜 뼈를 아주 잘 갈아낸 검으로 쓱싹 베어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는 것만 같이. 폭설 사건 이후, 이상한 증상이 생겼어.
겨울이 돌아오면, 늘 칼바람이 불 때면, 숨을 정말 쉴 수가 없어서 장갑이나, 목도리로 어떻게든 코와 입을 꼬옥 막아야만 했어.
남들도 어떨진 잘 모르겠지만, 정말 숨이 헉- 하고 턱- 하고 막히는데, 단순히 안 쉬어지는 것 뿐 아니라 1초도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승문으로 갈것만 같더라고.
그게 공황장애였다는 걸 지금 생각해보니 알겠어. 그땐 단순히 칼바람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 남들도 모두 다 나와 똑같은 줄 알고만 있었는데 아니란 걸 뒤늦게 깨달았지.
그래서 지금도 한 겨울에, 혹시몰라 사람많은 곳이나, 건물 많은 곳에 절대 밖으로 다니지 않아. 물론, 지금은 모든 나의 고통이었던 증상들이 치유되었고, 치유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무의식 중에 ‘숨’ 만큼은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님 그 때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뇌가 기억해서 도망치라고 신호를 주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무언가가 두려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