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그리움에 관하여
늘 학교에 가면 맡았던 기름 냄새. 난로에 열이 충분히 데워지면 올라오던 특유의 시리지만 따뜻한 냄새가 유독 좋았다. (말했지. 난 구충약을 먹어야 하는 걸까?)
부모님이 이혼하기 전엔 이상하게 엄청 내성적이었던 아이가, 이혼 후엔 오히려 엄청 적극적이고 밝아졌다.
아마도, 스스로 추측해보건데… 부모님이 이혼하셨을 당시, 내가 좀 많이 힘들어했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처럼 괜히 더 밝은척 지내려 했던 것 같아. 속은 사실 매일 쫄면서 말이야.
뭐랄까, 내가 유일하게 집으로부터 숨좀 트이게 쉬며 약간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 학교여서 더욱 그 냄새가 좋았는지도 모르겠어. 아침 등교를 하면서 교실 뒷문을 발칵하고 엶과 동시에 코를 자극하던 기름 난로 냄새.
여전히 그런 비슷한 난로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직도 뭔가 몽글거리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느끼고는 해. 나도 모르는 사이, 행복함을 느낀 기억을 냄새로 기억하게 된거 같아. 그래서 지금도 향수나 좋은 향이 나는 비누나 미스트 등등을 굉장히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