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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림 6시간전

책이 나를 살게 했다/ 뜨개질

Part.2(2부)_서서히 녹는다.





책이 나를 살게 했다




  한 겨울에 자살소동을 벌였어. 불과 몇년 전이야. 엄마집으로 내려온지 얼마 안 되서 나서의 일이야. 더이상은 스스로를 해 하더라도 전혀 무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 죽음의 생각에도 단계가 있는 거 알아?

  초반에는 ‘아, 살기싫다.’ 그다음엔 ‘아, 죽고싶다.’ 세번째엔 ‘아 왜 사냐 진짜. 죽지못해 사는 내가 싫다 정말.’ 그다음 네번째엔 ‘누가 나 좀 살려주라.’ 그다음엔 ‘누가 나 좀 안아프게 죽여줘 제발.’ 마지막은 ‘이제, 하나도 무섭지가 않아. 그냥 죽어야겠다.’ 순으로 변화가 일어나.

  결국 끝내 마지막 생각에 다다르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실제로 내가 그랬으니까. 당장이라도 손목을 그으려 했어. 그런 엄마는 너무 놀라서 정신관련된 응급시설로 날 데려갔지. 엄마도 내가 그정도 상태일줄은 전혀 몰랐던거야.

  단순히 ‘살고싶지 않다’가 아니라,‘더는 내가 어떻게 죽더라도 난 이제 전혀 무섭지 않아.당장이라도 죽을 수있어, 죽어야겠다’였으니까. 자살충동에도 단계가 있는 걸 알아야해.

  한 5년쯤 전인데, 서울살이 십수년을 어느정도 하고나니, 인간에게도, 세상에게도, 사회에게도 모든 것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악하고 탁하기만 한 이 세상에서 더는 도저히 혼자 살아갈 수가 없어서. 마지막 끄나풀 잡는 느낌으로 모든 걸 포기한 채 결국 엄마집으로 내려왔어.

  알다시피, 엄마는 엄마도 과거의 만행들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는 중이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 말 그대로 오랫동안 고착되어버린 행동이나, 사고, 가치관, 말투 등을. 말 그대로 성격을 누가 동전 뒤집듯이 쉽게 바꿀 수 있겠어.

  그래서 사실, 서울로 20살 땡! 하자마자 도망쳤거든. 대학교가 서울권 4년제로 학력있는 괜찮은 곳이었기에 핑계삼아 도망쳤어. 그리고는 정말 명절때 같은 날 아니면 엄마를 보지 않았어.

  엄마의 폭력성, 히스테리, 집착과 강요, 압박 들이 여전히 날 힘들게 했기 때문에 두 모녀가 붙어있으면 반드시 싸울 확률이 너무 높았고, 그간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너무도 크게 불어나 있었어서 내 정신력이 그걸 버티기 힘들어했거든.

  근데, 정말 모든 삶을 포기해버리고 나니까, 정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말 포기한 심정으로, ‘엄마에게 돌아가자…’ 하고 결정이 나더라고.

  엄마에게 돌아간다는 건,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놔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이미 그 때의 내 상태는 죽은 상태에 몸만 빈껍데기 상태였기에, 엄마에게로 그렇게 왔지.

  그렇게 몇개월 가량, 정말. 죽은 시체처럼 살았어. 오죽하면 엄마가 나를 보고 ‘민달팽이’ 라고 했을까.

그러다 그런 내 모습이 부모로서 보기 힘들었는지, 책들이라도 읽어보라며 주었는데, 그냥 정말 아무 생각없이 책을 펼쳤지. 그렇게 그거라도 하니, 아주 조금이라도 죽은 내 마음이 약간은 위로받는 것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미친듯이 읽었어.

  그렇게 책들을 읽고, 읽다가. ‘무언가를 시도하기 어렵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정말 간단한것. 전혀 대단치 않은 아주작은 일부터 해보라’는 말을 읽었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정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책을 읽는 것과, 숨을 쉬는 것. 그리고…일어나지도 못했던 내 몸을 일으켜 앉는거였어. 나의 처음 시도는 죽어있던 생명을 일으켜 살리듯이, 내 몸을 일으켜 세운거였어.

[남들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당시에 숨 쉬는 것조차, 앉아있는 것조차 정말 버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걸 하고 나니, 남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나에겐 너무나도 큰 일이었고,

용기였어. 그게, 나를 다시 살리는 시작점이 되었어.

 앞으로도 무너지려 할 때면 이 것부터 실천할 거야.

다시 처음부터.]






뜨개질




  그 다음에 한 일은, 추운 겨울이었기에, 이제 반쯤 앉아서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뜨개질을 해보고 싶더라. 어릴 적, 엄마가 꽤나 뜨개질을 잘 해서 모자나 장갑같은 걸 떠주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처럼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아.

  근데 뜨개질을 엄마에게 알려달라고 했더니, 너무 오래전 일이라 다 잊어버렸더라구. 결국, 동네 근처에 다행히 뜨개질방이 있어서 가서 배워보지 않겠냐고해서, 몇달만에 집 밖으로 나왔어.

  몇번 정도를 뜨개질을 배우러 다니고 나니, 몸에, 내 정신에 조금은 이상하게도 활력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라. 그 뒤부터 나는 그 느낌을 기억하려고 애썼어.

  무언가 다시금 나를 무너트렸고, 내가 무너져서 아무힘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이 때의 그 느낌을 기억하고 다시 노력하면. 조금씩 나라는 존재가 살아날 것만 같아서.

  숨부터 쉬고- 앉기시작하고- 밖으로 나가고- 배우고- 조금씩 움직이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다시 도전해보고.

[이 과정들을 잊지 않기로 했어. 정말로 날 살려준 ‘당장 할 수있는 아주 작은 일 부터 하는 것.’ 이 말이 난 여전히 좋아.

큰 것을 해내지 않아도, 그저 숨부터 쉬기 시작했을 뿐인데, 정말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을 난 분명히 경험해봤으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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