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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r 25. 2023

중1과 보낸 3월의 학교 생활

학교 요새 좀 다닐만해졌습니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중1 담임을 맡았다. 그동안 담임을 한다면, 중1 담임을 하고 싶었는데 5년 만에 처음으로 중1 담임을 하게 되었다. 중1과 함께 보낸 3월은 '귀여움'을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해서 여유롭게 교정을 걷는데 체육복의 색깔로 알아볼 수 있는 중1 여학생이 나와 달리 황급히 건물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뛰어가는 그 뒷모습이 귀여웠는데 그 이유는 가방 문이 거의 다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중 가장 뒷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주변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은 채 코를 후비적거리는 모습은 그동안 중학교에서 본 적 없는 초딩스러운 모습이라 귀여웠다. 종이 울리고 수업을 하러 복도를 걸어가면, 몇몇 반의 출입문에서 머리가 빼꼼하다 들어가고, 앞쪽 창문에서 또 다른 머리가 빼꼼하고 들어가고, 가끔은 뒤쪽 창문에서까지 연달아 빼꼼하고 들어가는데 두더지들이 따로 없다.


  당연히 알거라 생각하는 것들도 중1은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시험을 포함하여 각종 검사 시 사용되는 OMR카드 작성법을 모르기에 알려주어야 한다. OMR 카드에 학번 마킹하는 법만 말로 간단히 알려주면 되겠지 했는데 오산이었다. 나름 자세히 설명하고 마무리하려는데 "선생님 그런데, ① ② ③ ④ ⑤ 중 ①에 칠하는 건 1번이 답이라는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헉"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OMR 카드 이미지를 찾아, 전자 칠판에 띄운 후 직접 마킹하며 설명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미리 알려줬어야 하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해 아차 한 순간도 있었다. 교실과 다른 건물에 위치한 보건실의 위치를 미리 알려주었어야 했는데, 챙기지 못하는 바람에 첫 주에 배가 아픈 아이가 복도를 배회했었다. 중1과 시간을 보내며 나의 친절함이 조금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같다. 또 당연히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자유 질문 타임을 즐기고 있다.


  중1들은 발표를 잘해서 수업이 재미있다. 발표해 볼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중1은 윗학년들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든다. 가끔은 누구를 시켜야 하나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많이 손을 드는 반도 있다.(3월이라 그런 것 같다.) "제일 먼저 손 든 OO이가 발표해 보자"라고 발표자를 선정했을 때, OO이 뒤에 앉은 ㅁㅁ이가 너무 아쉬워해서 그 모습이 귀엽고도 재미있었다. 너무나 소중한 그 밝고 활기찬 모습을 오래 간직하길 바라며, 그 밝고 활기찬 모습 덕에 나는 예년보다 웃는 순간이 많은 3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는 코로나 발생 이후, 오래간만에 학부모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이야기가 뒤섞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학부모 상담을 통해 한층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건, 중1, 중1 학부모, 중1 담임 모두 공통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노력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친구 관계라는 것이다. 새 학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데, 모두의 간절한 바람과 응원이 닿아 모든 아이들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길, 좋은 친구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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