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_02
몇 달 전 한 친구가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이 우리와 닮았다고 알려줬다. 티빙 시리즈였는데, 대학 때부터 뭉친 안소희(이선빈), 한지연(한선화), 강지구(정은지)가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약속한 듯 모여 술을 마시는 내용이다. 너무 간단하게 말하니, 별로인 듯 하지만, 웹툰이 원작 이어서인 지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들(나와 친구들)처럼 만나면 술을 퍼댄다 하니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한지연의 애교에 폭 빠졌다가 강지구의 사연에 슬펐다가 안소희의 인간다움? 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함께 좋아하는 술의 힘을 빌려 힘듦을 극복하고 위로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이 드라마를 친구가 올려준 곳은 나를 포함해 세명이 함께 하는 단톡방이었다. "술꾼 도시 여자들"처럼, 나이대가 비슷한 우리는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래서 만날 때마다 찐하게 마셨다. 40대가 된 지 좀 되었기에 소주에 빨대를 꼽아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창 크는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나름 자신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가는 여자들로서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기억하는 한, 마지막엔 20대 때 들었던 음악을 틀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다음날 깨어보면 필름이 드문드문 끊겨있긴 하지만...
사실 드라마에서처럼 어린 시절부터 만난 것이 아니고 회사를 같이 다니거나 한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기에 신기한 조합이긴 했다. 이래저래 스치듯 만나다가 이루어진 모임이었지만, 왠지 함께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아마도 술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술꾼 도시 여자들"의 세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런데 곧 매력적인 얼룩말이 한국을 떠난다. 남편이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적성에 맞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 한다. 어쩌면 이렇듯 헤어질 날이 다가왔기에 우리는 더 열심히 모였던 거 같기도 하다. 다시 이렇게 뭉치긴 힘드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떠나는 날이 더 빨리 다가왔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적어본다.
뭉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시간들은 충분히 뜨거웠고 서로의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다 크고 조금 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날, 다시 한번 찐하게 모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때를 기억하며, 조심히 잘 가기를, 그리고 곧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