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_01
지난해 연말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코로나 팬데믹, 갑자기 시작된 아이의 사춘기, 암세포처럼 재발한 남편의 히스테리 등 많은 변명거리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적지 않게 강의와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그래서 수많은 번명거리가 무색하게 열심히 일을 했고 그에 따른 수익도 얻었다. 아무리 나의 가치를 말로 떠들어봤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은 돈으로 가치가 환산된다. 열심히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도 항상 돌아오는 답은 결국 "그래서, 얼마 벌어?"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직 시댁 친척들도 내가 주부인 줄 안다. "그래서, 얼마 벌어?"에 대한 답을 하기 힘들어서 먼저 말을 꺼낸 적이 없다.(이 부분도 곧 한번 써야겠다) 암튼! 지난 12월에는 그동안 밀렸던 돈까지 정산이 되면서 그간 단위기간에 얻어본 적이 없는 돈을 벌었다. 멀리 다니지 않고서도 말이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15일을 기점으로 일이 줄었고 1월이 시작된 지 열흘, 역시 조용하다.
뭐 어찌 보면, 일의 완급조절을 스스로 할 수 없는 프리랜서의 숙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식 가치체계로 봐도 조금은 뿌듯한 결과를 얻었기에 초조함보다는 휴가로 받아들여졌다.
신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어릴 적부터 새해가 되면 가족끼리 모여, 신년 목표를 발표했다. 대부분 성적 올리기, 방 정리 잘하기, 살 빼기 같은 이루어지기 힘든 목표였지만, 함께 모여서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의 다짐을 하는 시간이 좋았다. 서로 격려하기도 하고 왠지 시작을 한 듯해서 뿌듯하기도 했고 말이다. 작심삼일일지라도...
하지만 결혼 후에는 유지되기가 힘들었다. 초반에 몇 번 했던 거 같은데, 항상 남편은 핀잔을 줬다. "어차피 못하잖아. 왜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이었다. 뭐, 사실이긴 하다. 그리고 그저 좋은 기분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을 뿐인데, 괜스레 또 싸울 거리를 만드는 거 같아서, 이젠 안 한다.
그래도 혼자서는 매년 일기장에 적으면서 새해 다짐을 했다. 역시 영어공부, 좋은 엄마 되어보기, 다이어트 등 이룰 수 없는 것이긴 했지만, 나름 마일드 스톤도 세워보면서 의미 있는 한해를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왠지 아직 계획을 세울 때가 되지 않은 거 같았다. 말 그대로 휴가 중인 거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신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한 해를 힘 있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보고 싶었지만 못 봤던 '줄리 앤 줄리아'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영화 광고를 보면서, 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두 여배우가 출연을 하니 즐거울 거 같았다. 그리고 자체 휴가 중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내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마음이 동했다.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영화는 포스터의 이미지처럼 줄리아와 줄리가 각기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고민하고 겪는 일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이 둘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이를 요리와 글쓰기를 통해 극복해간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고민하고 하루하루 해나가는 요리와 글쓰기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다 간다는 내용이다.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앞서 말한 자본주의적 가치에 맞게, 줄리아의 책이 몇백만 부가 팔렸고 줄리의 블로그가 책으로 출판되고 영화도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로써 이들의 고민이 현실적으로도 완성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난 이들이 그 결과까지 해야 가는 과정과 그 사이의 감정들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줄리아는 책이 몇 권이 팔리든, 요리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노력이 제대로 된 책으로 출판되기를 바랐고, 줄리는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줄리는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던 줄리아의 만남을 끝내 이루지 못했고 심지어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괴로워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긴 했다. 그리고 줄리아 역시도, 내 생각엔 영화를 보는 내내 남편의 전임지에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은 이러한 한계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슬퍼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고 이를 요리와 글쓰기로 극복하고 있다. 이 모습이 조금은 나의 몇 년과 비슷한 거 같았다.
남편을 따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왔지만 그럼에도 내 경력을 만들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했던 일들 말이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이 위로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극도 되었다. 특히 줄리가 1년을 목표로 세우고 줄이아의 500개가 넘는 레시피를 요리로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쓴다는 점 말이다. 그래서 나도, 비록 지키지 못할 지라도, 브런치에 글을 부지런히 적어보려 한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망설여진 게 있었다. 그건 글의 주제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령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한다거나, 생활의 팁, 혹은 육아 방법 등에 대한 것 말이다.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은 그런 점을 잘 전달하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매번 유사한 주제로만 생각이 나진 않는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사실 예전에 썼던 것처럼, 그냥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만 적기에는 일기장이랑 다른 거 같지도 않다. 실제 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고, 브런치는 나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달라야 할 거 같다. 그런 고민 중에 '줄리 앤 줄리아'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줄리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가 줄리아의 레시피에 대해 쓰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쓰듯이, 나 역시 '줄이 앤 줄리아'같은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책, 전시나 공연 등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쉬면서 적지 않은 영상을 보고 있으니 거창한 리뷰는 아니어도, 그러한 콘텐츠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두면 나에게도 좋을 거 같다. 그리고 혹!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신 분들이 있다면 더없이 즐거울 거 같고 말이다.
그래서, 결심을 해본다. 비록 지키지 못할 지라도!
일주일에 1-2개 이상의 글을 쓰기로 말이다. 일의 조절을 스스로 할 수 없는 프리랜서라 힘들 때도 있겠지만,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기록으로 하나씩 얹어가 보면 좋을 거 같다. 물론 별로인 글도 많을 테지만, 그렇게 일, 이년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쌓이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