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1
지난 2월과 3월, 정말 너무 많은 뉴스거리가 있어서, 방송과 인터넷 뉴스로도 다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뭔가 찝찝하게 끝났고, 기다렸다는 듯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코로나는 수그러들 줄 몰랐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 때문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개인적인 일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그리고 국제 정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했고 이 상황이 더없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현재 자아성찰 중이다. 속세에서 하는 면벽수도랄까? 외부 사람들을 최대한 적게 만나고 최소한의 필요한 일만 하면서, 뇌의 한쪽에서는 계속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질문을 찾는 중이다. (이렇게 된 개인적인 이유는 차차 고백해보고자 한다.) 무튼, 그러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나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1. 차준환 선수는 '오짱'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나도 유재석 님과 조세호 님이 진행하는 '유 퀴즈'를 좋아한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 거리에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너무 좋았고, 팬데믹 상황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때로는 신나게 웃고 때로는 따라 울기도 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기다렸던 올림픽 선수들이 나왔다. 그리고 유재석 님은 차준환 선수에게 세계에서 5위라면서, '오짱'이라고 강조하면서 축하했다. 이에 선수 역시 즐겁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재석 님이 말했듯,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달라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꼭 1등이 아니어도, 꼭 금메달이 아니어도 선수들을 모두 축하해준다. 사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나라에서 혹은 세계에서 탑 랭킹에 드는 훌륭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 의대생 엄마의 생존기
예전에 TV에서 잠깐 이 분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고, '아 열심히 사는 여성이구나'하는 정도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세바시 영상에 올라온 것을 보다 보니, 이 분의 마인드가 너무나 요즘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의사가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공부 능력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다시 길을 찾고 노력해서, 남들보다 느리고 돌아갔지만 결국은 의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너무나 심리적으로 너무나 힘들었고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한 일반적인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이 분이 그 과정을 대하는 태도가 내 마음에 와닿았다. 길이 없다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거나 만들면 된다는 태도 말이다.
#3. 대선이 끝나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방송과 뉴스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승자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찼다. 심지어 이전에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그들의 러브스토리까지... 이 모습을 보니, 예전에 이봉주 선수나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메달을 땄을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유 퀴즈에서 유재석 님이 오짱을 외친 것과 너무나 다른 상황에 같은 사회인 지 혼란까지 왔다.
그리고 다른 2등은 패자가 되었다. 그런데 폐자가 아니지 않을까? 심지어 초박빙이었으니 국민에게 근소한 차로 두 번째로 지지를 받는 사람인 것이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가 은메달이어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나라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회는, 적어도 오늘은 2등을 패자로 만들었다.
물론 자리가 하나이기에 1등이 안되면 그 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조금 과장해서 해석하자면, 의대생 엄마 이도원 님이 말하듯 그 자리에 있어야만 국민을 위하는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너무나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나 역시 의대생 엄마처럼 내 자리를 우회해서 찾았다. 하지만 사실 그 자리의 가치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왜냐면 사회에서는 딱 그 자리가 아닌 이상, 그 비슷한 것은 동등한 가치로 안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상황을 고백하자면, 나는 부모님과 딸, 그리고 사람들에게 '정해진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히 '00대 교수'라 불리고 싶었다. 하지만 온갖 뉴스에서 떠들듯, 교수 자리는 거의 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한 공부와 관심분야에는 5년에 두건 정도 나오는 게 다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정말 뛰어난 사람인 데다가 더해서 '조건'도 맞는 사람 이어야 한다.
어떠한 암거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워낙 희소한 자리이니 만큼,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사람은 넘친다. 그러면 결국 선택되는 것은 상황과 조건이 맞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가 지금 난다면 내가 들어갈 수 있을 지라도, 2년 전에 났기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래서 난 우회를 했다. 차라리 기업의 공채처럼, 많은 지원자들 속에서 경쟁을 해서, 커트라인에 들어가는 기회가 나면 참여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걸 찾았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재작년부터 시작한 인문학술연구교수 지원 사업이었고, 여기에 뽑히면 많지는 않아도 몇 년간 월급을 받으며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세금과 4대 보험이라는 것도 내고 말이다. 사실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취업을 한다는 심정으로 지원을 했고, 다행히 선정이 되었다. 그래서 '연구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알고 보니 6: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은 거였다.
나의 이런 상황과 세계에서 5짱이라 불리는 차준환, 의대생 엄마의 삶의 태도를 교차하며 생각해보니, 나 역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00대'가 붙기도 힘들고, 정규직 교수도 아니지만, 교수인 것은 맞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나를 교수라 소개하기에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생각한 방향과 노력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