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2
# 일어나 세수를 하고, 캡슐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들어 운세 앱으로 '오늘의 운세'를 본다.
이것이 매일 아침의 루틴이다. 커피가 빠지면 카페인이 부족하듯, 오늘의 운세를 보면서 하루의 분위기(?)를 체크하지 않으면 찝찝하다. 오늘의 운세는 100점이다. 하지만 다른 운세는 78점이다. 사실 운세도 하나만 보지 않는다. 최소 두 개 정도의 점수를 보면서 하루의 분위기를 대비한다.
하지만 오늘 운세 점수가 좋았던 것에 비해서는 아침 풍경이 어수선했다. 비가 오는 등굣길, 평소보다 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많아 천천히 내려갔다. 아파트 입구에는 평상시와 다르게 차들이 엉겨 있었다. 그리고 학교 앞 규정된 하차 장소에 정차를 하니, 난데없이 뒤차가 헤드라이트로 경고를 한다. 아이는 늦었다고 짜증이 한가득이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운세'는 잘 맞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난 매일 운세를 본다.
아침에만 보는 것이 아니다. 밤에 자기 전, 유튜브로 한두 개의 '타로 카드' 동영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일주일 혹은 한 달, 더 길게는 일 년 후의 미래에 대해 들으면서 안정감을 얻는다.
어릴 적부터 난 운세를 좋아했다. 신문이나 잡지에 운세가 실릴 때부터, 별자리별 운세, 띠별 운세, 사주, 토정비결 등등 나의 운을 미리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신점은 보러 가지 않았다. 안 믿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믿어서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운세나 점을 봐도 신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간략한 형태들을 계속 본 거다. 실제로는 100% 믿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주변에서는 맞지도 않는 것을 왜 이리 보냐고 타박도 했지만, 나 역시 믿지는 않다고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름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10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불안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죄의식을 떨쳐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불안감도 항상 있었다. 누구나 말하듯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은 의미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를 집중하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에 숨어있는 과거에 대한 죄의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나마 운세를 보다 보면 미래에 대해 왠지 조금은 알게 된다고 생각하며 안심이 되는 거 같다. 잠깐 동안이라도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불안함을 떨치고자 운세를 보아왔던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근본인 감정인 불안 자체를 누그러뜨리고자 하고 있다. 아직 잘 되진 않지만 그래도 나의 행동에 근본이 되는 감정을 생각하게 되니 무의미한 반복이 줄어들고 있다. 여전히 운세를 보지만 그 횟수가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안 투병 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작은 깨달음들이 쌓이면 조금은 나아질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