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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Jul 07. 2022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시작.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0

얼마 전부터 병원을 다니고 있다. 우울이 있는 듯해서 갔지만, 결과는 예상도 못한 불안증이었다. 한동안 멘붕이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도 이해 안 되던 많은 행동의 이유인 듯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중이다. 왜냐면 불안증의 증상을 들은 후 그 시작이 언제인 지를 유추해보는데, 놀랍게도 자아가 생긴 이후부터 항상 불안증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불안은 40대가 되어서 더 복잡하고 견고해졌고 내 마음뿐 아니라 몸도 지배하게 된 상태이다. 이렇게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조금씩 나를 다독여야 한다.



병원 다닌 지 몇 달이 되었지만, 남편과 아이 외에는 이제야 친구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스스로의 진단과 함께 그들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알코올에 의존할 수 있으니 술을 자제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전하며, 술친구와는 낮에 커피를 마시자 했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바다 나 대신 울어주는 친한 언니에게는 오랫동안 내 상황을 이야기하며 나아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도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이제 조금씩 나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 거다. 몇 년 전 터진 디스크로 치료를 받았을 때, 죽을 때까지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처럼, 지금의 내 마음 역시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득문득 올라오는 불안을 이제 누르지 말고 스스로 소화해내고 뱉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간혹 내 마음을 이렇게 적어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누군가 나처럼 스스로도 납득 안 되는 감정과 행동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혹 글들을 읽고 병원을 가볼 수도 있고, 아니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투병기'를 쓰면서 훗날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 지를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제목을 고심했다. 우선은 나의 정체성을 '불안 아줌마'로 설정하면서 시작하려 한다. 아줌마인 것이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너무나 좋다. 예전에 쓴 글에도 언급했지만 난 마흔이 되었을 때 너무 좋았다. 내향형이면서도 소심한 내가 마흔의 아줌마가 되면서는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푸근한 아줌마는 아니니 '불안'을 붙였다. 

그리고 '치유기'와 '투병기' 중에 고민을 하다 후자로 결정했다. 왜냐면 과연 치유가 될 것인 지 걱정이 되기도 했고, 누군가가 본다면 '암 극복기'처럼, 이미 완치된 후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한 치유의 과정이므로 투병기로 낙찰했다.



미래의 어느 날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 과거에, 미래에 불안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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