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
아침 7시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과 빵을 정갈히 내놓고
아이를 깨운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일어나지 못한다. 10분 후 다시 깨운다고 하고 거실로 나와 유튜브로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음악 소리에 아이는 눈을 비비고 비틀거리며 나와, 아침을 먹으며 조금씩 잠에서 깨어간다. 혹 잠투정을 할까 봐, 나는 멀찍이서 다른 일들을 한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고, 아이가 등교 준비를 할 동안 나도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8시경 집을 함께 나선다. 혹 빠뜨린 것은 없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이런저런 수다를 한다. 그리고 서로를 안아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도착하는 순간, 얼른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찾아서 탄다.
차에 타면 나는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아이에게 주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을 튼다. 이른 아침부터 교통정리를 해주시는 경비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천천히 길로 빠져나가 큰길로 간다. 등교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와 신나는 음악 리듬을 느끼며 학교 근처에 도착한다. 아이에게 오후의 일정을 간단히 말해주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즐겁게' 인사한다. 아이도 살짝 꾸물거리며 차에서 내려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학교로 총총총 간다.
아이의 뒷모습을 살짝 보며 나는 얼른 출발한다. 등교시간에만 잠깐의 정차가 허락된 곳이니 말이다. 그리고 곧 신호 앞에 대기하면서 시간을 보니 8시 10분이다. 스벅 앱을 켜고 사이렌 오더를 한다. 늘 내가 먹던 커피로 샷 추가를 해서!
다음 신호에서 보니 알림이 와있다. 스벅 문을 연지 10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16번째 주문이라 한다. 아침부터 주문량이 많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아, 스벅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내려보니, 주변에 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나처럼 다회용 컵을 든 사람들이 차에서 내린다. 모두 약간 멍한 눈빛과 바쁜 발걸음으로 스벅을 향해간다.
모두 컵을 들고 커피를 받는 곳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정장을 입고 출근 차림인 남성, 깔끔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양손 가득 커피를 들기도 하고, 몇몇은 스벅 상품진열대를 구경한다. 편한 차림에 누가 봐도 동네 아줌마인 나는 닉네임을 말하며 컵을 전달하고 근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들 나처럼, 카페인이 필요하구나. 아침의 스벅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휴식하는 장소가 아니라, 하루의 시작을 위해 카페인을 충전하는 곳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