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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Jun 08. 2023

상담을 그만하기로 했다.

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8

지난달, 이제 상담을 그만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용기 내어 말했다.

작년 말에 편지 남겨놓고 도망갔다가, 선생님의 전화에 다시 시작했던 상담이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으로 바꿨고 몇 달 동안 진행했다. 그 사이 내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고 아직 낫지는 않았지만 불안과 우울을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상처가 드러나면 날 수록 마음속 저항은 너무나 커졌다. 치료에 대한 불안이 더 커져갔고 선생님의 표현대로 심리적 저항이 심해졌다. 그리고 다시 회피를 선택하게 되었다.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그렇지만 단호히 말한 후 한 달 동안 상황을 보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치료가 잘 되고 있음을 앞으로 나아질 것임을 강조하셨지만 나는 그 말이 이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만큼 무의식의 저항이 큰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은 이제 쉬고 싶다.


심리치료가 오래 걸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그다지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삶이 조용히 들썩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미루기로 혼자 약속했다. 아마 나의 속성상 그때 되면 분명히 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임으로, 언젠가 하긴 할거 같다. 


이후 삶이 예전처럼 돌아갈지, 혹은 바라는 대로 현상유지가 될지(더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모른다. 하지만 항상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고자 한다.

 


오늘 글을 쓰다가 이 시구를 다시 찾아봤다.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알렉산드르 푸시킨


그래,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만 되지 않더라도 이 순간은 훗날 소중하게 올 것이다. 그 믿음으로 오늘을 또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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