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18
지난달, 이제 상담을 그만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용기 내어 말했다.
작년 말에 편지 남겨놓고 도망갔다가, 선생님의 전화에 다시 시작했던 상담이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으로 바꿨고 몇 달 동안 진행했다. 그 사이 내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고 아직 낫지는 않았지만 불안과 우울을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상처가 드러나면 날 수록 마음속 저항은 너무나 커졌다. 치료에 대한 불안이 더 커져갔고 선생님의 표현대로 심리적 저항이 심해졌다. 그리고 다시 회피를 선택하게 되었다.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그렇지만 단호히 말한 후 한 달 동안 상황을 보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치료가 잘 되고 있음을 앞으로 나아질 것임을 강조하셨지만 나는 그 말이 이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만큼 무의식의 저항이 큰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은 이제 쉬고 싶다.
심리치료가 오래 걸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그다지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삶이 조용히 들썩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미루기로 혼자 약속했다. 아마 나의 속성상 그때 되면 분명히 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임으로, 언젠가 하긴 할거 같다.
이후 삶이 예전처럼 돌아갈지, 혹은 바라는 대로 현상유지가 될지(더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모른다. 하지만 항상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고자 한다.
오늘 글을 쓰다가 이 시구를 다시 찾아봤다.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알렉산드르 푸시킨
그래,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만 되지 않더라도 이 순간은 훗날 소중하게 올 것이다. 그 믿음으로 오늘을 또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