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08 (수)
자다가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또 새벽 4시다. 요즘은 몇 시에 잠이 들던지, 이 시간만 되면 눈이 번쩍하고 떠진다. 마꼬가 뱃속에서 활동하는 시간표대로 나도 따라 움직이게 된 걸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유할 시간에 맞춰 임산부가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던데... 확실한 건 내가 임신 이전에는 절대로 이 시간에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자고 싶어서 아무리 뒤척여봤자 오전 8시 이전에는 어림도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4시에 눈을 뜨면 토토와 포카가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먼저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하고 잠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배가 고프면 과일이나 시리얼을 먹으면서 해가 뜰 때까지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이처럼 임신기간 중에 일상의 사이클이 몇 번이고 바뀐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이전의 생활패턴과 다른 경험을 하는 점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이런 변화를 겪어온 걸까... 주변의 출산 유경험자들 중에서 이런 부분을 '문제'나 '이상 증상'으로 말하는 이가 없었기에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그건 그저 '아이를 낳는 일'이기 때문일까.
얼마 전에 온라인 기사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는 글을 봤다. 마꼬를 위해서라도 잠을 보충해 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새벽 4시에 눈을 뜨지 않고 통잠을 자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낮잠 시간을 따로 갖거나 전날 밤에 일찍 잠들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은 그나마 낮잠도 자지 못했다. 오전에 아빠 병원에 의사 선생님이 회진 돌 때 가봐야 했고, 요즘 포카가 발바닥을 핥아서 진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에도 가봐야 했다. 몸도 무거운데, 잠이 부족한 상태로 긴 하루를 보내려니 지쳤다. '어쩌면 다행이야. 오늘은 몸이 꽤 피곤하니까 새벽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잘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극한의 임신 9개월 차이다.
오늘도 맘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며 임산부와 출산 유경험자 분들의 후기와 일상 글을 탐독했다. 맘 카페의 막달 주수 게시판에 가보면 곧 아이를 만날 생각에 설렌다는 분들이 있다. 나는 앞으로 나의 일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은 너무 이기적인가. 올해는 아무래도 3월 초인 내 생일을 조리원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병원에서 만큼은 보내고 싶지 않은데 마꼬와 언제 만나게 될지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으니, 그저 예상만 해볼 뿐이다. 매년 내 생일마다 토토와 데이트를 해왔는데, 올해는 그렇게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마꼬와의 첫 만남부터 해마다 이뤄왔던 일상의 변화를 겪을 예정인 것이다.
어제는 내가 감자전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토토가 저녁 상차림으로 감자전을 해줬다. 정말 맛있었다. 잠깐 불안했다가도 먹고 싶은 걸 먹으면 기분이 또 나아지곤 한다. 아무래도 일희일비하는 일상이 나의 임신 경험의 근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