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25(일)
속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 전날 밤늦게까지 남은 벽지를 뜯어내고, 청소한 뒤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든지라 세 시간 남짓 잠들었던 것 같다. 다시 자보려고 뒤척거려보았지만 마음과 달리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일어나 언니가 택배로 보내준 양배추 즙을 약처럼 마셨다.
양배추 외에는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다는, 밍밍한 맛의 이 유기농 양배추 즙은 여러 날동안 속을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임신만 아니었다면 절대로 먹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맛이다. 모유수유를 하다가 가슴에 열감과 통증이 있을 때,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양배추 잎을 가슴에 붙여 냉찜질을 하면 진정된다던데... 양배추는 산모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채소다. 지구에서 이 양배추 요법을 가장 처음 발견한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언제나 궁금했지만 한 편으로는 오죽 아팠으면 양배추 잎을 가슴에 붙여볼 생각을 했을까 싶어 숙연해진다. 새벽마다 부엌 한편에서 양배추 새로운 효능을 발견한 아무개 씨와 지금 이 시간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수만 수천의 산모들을 생각하며 양배추 즙을 마셨다. 대체 이걸 언제 다 먹나 싶던 양배추 즙 파우치가 이제는 제법 냉장고 야채 통에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한 '곰팡이 난 벽지 뜯기, 락스로 벽 청소, 곰팡이 방지 페인트 칠'까지, 도배를 새로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일주일 만에 끝났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배사님이 오신다. 오전 8시부터 일을 하러 오신댔는데, 속앓이를 하느라 새벽부터 뜬 눈으로 지새운 탓에 오전 내내 너무 피곤했다. 결국 점심으로 떡국을 끓여먹고(오늘은 새해 연휴다) 방과 거실에 도배가 다 끝날 때까지 부엌 한편에 누워 쪽잠을 잤다.
그간 결로현상으로 곰팡이 핀 벽지가 내내 거슬렸는데, 이제라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일은 토토랑 같이 마꼬의 옷을 추려서 서랍장 정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기침대도 조립해야 한다. 길고 긴 설 연휴가 이렇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