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27(월)
잠이 안 온다. 멀뚱히 누워있다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새벽 네 시. 문득 고구마형 과자가 먹고 싶었다. 이 새벽에 식욕이 돋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집에 고구마형 과자는 없으니 대신할 거리를 찾았다. 나는 부엌 찬장에서 생라면을 꺼내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며칠 전에도 잠들지 못해 거실 간접등 아래에서 생라면을 씹으며 새벽을 보낸 적이 있다. 이쯤 되면 탄수화물 중독자가 된 걸까 걱정스럽지만, 임신을 핑계로 모든 식습관에 관대해진 참이다.
전자레인지의 날카로운 설정음에도 포카랑 토토는 곤히 잘 잔다. 며칠 동안 긴 시간 잠들지 못한 나로서는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부러움도 잠시 뿐, 거진 매일마다 잠 못 드는 이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서운하고 쓸쓸해졌다. 전자레인지의 타이머가 0이 되기 전에 작업방 책꽂이에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가져왔다. 다행히도 이슬아 작가님의 수필집이 두꺼워서 읽을거리가 많아 외로움은 금방 가셨다.
한 문장 한 문장 소중히 읽으며 야금야금 생라면을 뜯어먹었다. 내일은 토토에게 고구마형 과자를 사다 달라고 해야지. 그래야 이 서운함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 같다. 그런데 고구마형 과자는 왜 고구마형 과자일까. 전혀 고구마를 닮지 않았는데. 내가 모르는 고구마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이 있는 걸까... 혹시 임신 경험도 그런 걸까? 힘들어하는 건 나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 안에서도 내가 모르는 기쁨과 행복함을 찾고 있는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