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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Sep 21. 2019

그것은 깨알이 아니던가요

2019.7.8(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통보를 받은 후, 어렵게 한 주를 보냈다. 도대체 어떻게 또 기다리나 싶었는데, 지루할 틈도 없이 먹고 싶을 때는 먹고, 자고 싶을 때는 잠이 쏟아졌다. '이따 밤에 잘 건데 대체 낮에 왜 잠을 자나요'가 신조였던 내가, 눈을 뜨면 먹고 싶은 것을 챙겨 먹고, 허기가 가시면 배부른 짐승처럼 나른한 기분에 잠에 취했다. 그렇게 욕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병원 예약일이 다가오더라. 


데스크에서 초진 접수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내 몸이 건강한 상태인 건지 체크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질내 초음파 검사로 아기를 볼 거라고 했다. 나는 탈의실에서 튤립처럼 벌어진 핑크색 치마로 갈아입고, 다리를 벌리고 앉는 일명 굴욕 침대에 누웠다. 이 의자는 앉아도 앉아도 늘 불편하다. 아마도 평생토록 편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힘을 빼세요. 긴장하지 마시고요.... 아.. 여기 이거 보이세요? 아기는 잘 있네요. 아가 크기가... 3mm이네요."

 “3mm요? 네에...” 참 작구나... 이 깨알만 한 게 나에게 그런 변화를 가져왔다니... 참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어서 예상치 못한 말을 던졌다. 


"심장소리 들려드릴게요."

"네??? 심장소리요?" 

아니... 선생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이 3mm 깨알에게 심장이 있다니요. 크기가 그렇게 작은데요? 심장이 있단 말인가요? 이런 질문을 차마 내뱉기도 전에 스피커에서는 작은 북이 요동치듯 울렸다.

 

"쿵쾅쿵쾅! 쿵쾅쿵쾅!"

나는 이 조막만 한 점이 뿜어내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 

심장이라니! 심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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